철학자 고민상담 서비스

서문 & 프롤로그

by 이다이구

제 프로필 설명란에도 적혀 있지만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멀게 느껴지는 인문 철학 이야기를 최대한 우리 삶에 가까이 그리고 쉽게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가장 쉽게 어려운 철학 개념을 소개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도전해 왔습니다. 전형적인 정보 전달 블로그 포스트 형식부터 시작해서 개인 에세이, 수필,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등의 장르를 도전해 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읽는 장르는 결국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철학과 소설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저 혼자 꽤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물론 <페스트>, <죄와 벌>,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유명한 철학 소설은 많지만 철학 입문 소설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바로 현대인의 고민을 시공간을 뛰어넘어 철학자에게 물어보는 대리 상담인 Q의 이야기입니다. Q는 여러분의 일상적인 고민이 적힌 편지를 들고 과거의 위대한 현인들에게 찾아갑니다. 현대인의 일상적인 고민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죠. 당연히 <철학자 상담 서비스>의 주제도 그런 것이 되지 않을 겁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저를 전혀 바라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밤에 불안함과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잘 못 자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정장애가 심해요. 저녁에 어떤 메뉴를 먹을지도 한 시간 넘게 고민해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취업난 시대에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같은 것이야 말로 우리 현대인이 겪는 흔한 고민들입니다. Q는 이런 고민들을 들고 니체,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공자 등 위대한 철학자에게 찾아갑니다. 대리 상담인 Q와 함께 지구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은 우리의 고민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알아봅시다.


철학 입문이 이 시리즈의 주목적이라곤 해도, 어찌 되었든 소설의 형태이니 어느 정도의 세계관과 설정이 필요하겠죠. 아래 프롤로그는 Q가 어떻게 일하는지, 또 어떻게 과거로 가서 철학자들에게 대리 상담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에이씨. 광고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대학생 Y는 노트북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고 있다. 하지만 팝업 광고가 수시로 나타나 기사의 내용을 가렸다. Y는 신중하게 터치패드 위에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우스 커서를 옮겼다. 커서는 천천히 팝업 광고 오른쪽 상단에 아주 작은 닫기 버튼을 향해 움직였다. 커서가 닫기 버튼에 간신히 올려졌을 때 Y는 검지손가락으로 터치패드를 힘차게 눌렀다. 하지만 손가락이 살짝 미끄러졌는지 커서가 옆으로 빗나갔다. 노트북 화면은 순식간에 다른 사이트로 옮겨졌다.


"미치겠네 정말. 닫기 버튼은 도대체 왜 이렇게 작은 거야?" Y는 중얼거렸다.


<철학자 고민 상담 서비스> | 당신의 고민을 위대한 철학자에게 물어보세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Y는 의도치 않게 방문한 사이트의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는 문구를 읽었다.


"철학자 고민상담 서비스? 별의별 사이트가 다 있구나."


Y는 금세 흥미를 잃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때 띠링— 소리와 함께 '실시간 채팅 상담' 창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대리 상담인 Q입니다. 어떤 고민이 있으시죠?"


Y는 잠시 고민했다. "뭐지? 챗봇인가? 진짜 사람인가? 대리 상담인은 뭐지? 소크라테스한테 어떻게 고민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지? 신종사기 같은 건가?"라고 생각했다. 호기심이 생긴 Y는 답장을 보냈다.


"고민을 말하면 상담사님이 상담을 해주시는 건가요?" Y가 물었다.

"아니요. 고민은 과거 위대한 철학자에게 직접 전달됩니다. 소크라테스, 아스토텔레스, 니체, 공자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시는 철학자를 지명하셔도 좋고, 철학에 관심이 없으시면 제가 고민 내용과 어울리는 철학자를 추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Q는 곧바로 답장했다.


Y는 사기라고 확신했다.


"뭐 철학자 AI 그런 건가요? 인공지능이 특정 철학자를 학습하고 그 철학자처럼 상담해 주는 뭐 그런 거예요?" Y는 최근에 소셜 미디어에서 본 것을 떠올려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과거로 가서 지명하신 철학자에게 직접 고민을 전달해 드립니다. 상담 내용은 제가 문서로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

"상담은 한 번에 얼마죠?"

"사례는 필요 없습니다."

"과거까지 가셔서 철학자와 상담을 하시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요?" Y는 비꼬면서 물었다.

"제 취미 같은 거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과거로 가는데 비용은 들지 않으니 걱정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민은 아래 이메일 주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내용은 상세할수록 좋습니다. 이메일 주소는..."


Y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돈도 들지 않고 마침 무료하던 차라 장난 삼아 한번 이 사기꾼과 어울려주기로 마음먹었다.



Q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문서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번 대리 상담 내용을 문서로 기록하는 것이다. Q의 문서작업이 마무리될 때 즈음 띵— 소리가 울렸다. 그의 이메일에 고민의 내용이 적힌 메일이 왔다. 오늘 오전 <철학자 고민상담 서비스> 사이트에서 상담한 사람이다.


"좋아. 타이밍이 좋군." Q는 만족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Q는 방금 온 이메일을 프린트하고 자신의 서류가방에 집어넣었다. 겉옷을 챙겨 입고 Q는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기계를 꺼냈다. 기계는 길쭉한 화면과 키보드가 있는, 말하자면 블랙베리 핸드폰 같이 생겼다.


"그럼 어디부터 가볼까." Q는 상담 신청자와 각 상담에 매치된 철학자가 적혀있는 리스트를 훑었다. "그렇군. 프리드리히 니체인가."


F-R-I-E-D-R-I-C-H-N-I-E-T-Z-S-C-H-E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름 한 번 되게 어렵군." Q는 중얼거리며 기계에 프리드리 니체의 이름을 알파벳으로 기입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확인버튼을 누르자 Q는 사무실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