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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ana Mar 14. 2023

저출산을 대하는 지자체의 정책과 여성의 인권

현실 반영하지 못한 채 난무하는 저출산 극복 토론회

우선 저출산이라는 말부터 틀렸다. 출산은 현재 생물학적으로 여성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저출산은 곧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만 저출산의 책임을 온전히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저출생’ 으로  바꾸자고 하는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둘째, ‘저출생 현상’은 문제가 아니라 결과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저출산 극복 토론회’를 보고 있자면 누구를 위한 저출산 극복 토론회인지 의아하게 만든다.

용어부터 패널까지 성평등 관점 전혀 반영 안 돼

지난 6월 26일 덕산 리솜 스파캐슬에서 천여명 가까이 참석했던 '충청남도 저출산 극복 대토론회'가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조연설에 나선 양승조 충남지사가 초저출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저출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젠더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양승조 충남 지사는 약 30여분간의 기조연설을 통해 "사회 양극화 등으로 소득하위 계층의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난이 닥쳤을 때 일어섰던 의병들과 독립운동에 나섰던 애국 선열들의 국난극복 심정으로 충남이 대한민국 초저출산 극복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토론 패널로는 5형제 엄마 김지선 씨, 이수훈 당진 다세운 공동체 비전 스쿨 설립자, 장윤숙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 강기정 백석대 교수, 김연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 맹정호 서산시장, 지민규 충남청년네트워크 위원장이 나섰다.

문제는 양승조 충남 지사의 발언 부터 패널 구성까지 성평등 관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초저출산이라는 용어 자체도 '저출생'으로 바꿔 부르고 있는 현재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패널 구성 역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현재 한국사회의 현상을 무시한 채 오로지 '출산'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여성은 "초저출산이 문제인가? 재앙이어서 극복의 대상인가?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결과다. 전제 자체가 틀렸다. 현대 사회는 농촌 중심의 노동력에 기반을 둔 사회가 아니다. 양승조 지사는 도대체 몇년도에 살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여성은 "현재 저출생은 사회 양극화 문제, 불평등한 시장구조, 일, 생활균형, 가부장적인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할 때다. 제발 공부 좀 하시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여성 대표 패널로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오형제 엄마를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 다분히 의도가 있는 배치다. 여성들이 모두 오형제 엄마처럼 5명 이상씩 애를 낳으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면 무엇인가?"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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