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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Aug 26. 2021

검은 머리 앤이 되고 싶은 여자..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살아
가슴에 솟아나는 아름다운 꿈
하늘에 뭉게구름 펼쳐나가네

빨강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머리 앤 우리의 친구
빨강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머리 앤 우리의 친구


빨간머리 앤 만화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수다스러운 아이가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신기했다. 부모도 안 계신데, 뭐가 그리 좋아서 웃고 있을까? 말 없는 메튜 아저씨가 종알대는 아이의 말을 듣고 있기가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이젠 주근깨보다는 기미가, 빼빼마른이 아닌 허리가 없는, 상냥하기보다는 앙칼지고, 가슴에 솟아나는 아름다운 꿈 대신 허무와 슬픔을 간직한 나이지만, 굳세게 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앤이 보여준 감수성과 상상력이 이제 보니, 마르지 않고 샘솟는 기쁨의 원천이었다. 앤은 자신의 느낌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할 줄 알고, 주변 사물이 갖고 있는 장점을 찾아내어 발견해주는 능력을 가진 아이였다. 그리고 아무리 절망적인 예기치 않는 일이 일어나도 발견의 기쁨을 찾아내는 독특한 아이였다.


빨간머리 앤 만화에는 인상 깊은 대사가 많다.
“어머, 벌써 들장미가 한 송이 피었네요. 너무 아름다워요. 저 꽃은 자기가 장미라서 분명히 기뻐하고 있겠죠? 장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거예요. ”
아마 장미도 빨간머리 앤과 이야기하면 사람이 되고 싶어질 것 같다.

“기회가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요. 바르게 자라지 못했다고 해서 옛날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 기회가 한 번이 아니라 자기가 만드는 대로 생긴다고 생각하면 가벼워진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이제부터 발견할 일이 잔뜩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요. 뭐든 미리 다 알고 있다면 시시하지 않겠어요? 제가 상상할 거리가 없어지잖아요.”
내 별명이 걱정 인형일 정도로 미리 알아야 불안하지 않는 사람인데, 앤과 같이 다니면 우연의 기쁨과 축복을 마음껏 누릴 것 같다.

“나는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할거예요. 이런 날 보고 사람들이 감상적이라느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현한다고 수군거리겠지만, 나는 삶이 주는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을,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마음껏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요.”

소위 깨달음과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앤이 진정 자유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는 행복을 찾는 순간부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좋은 감정은 취하고 나쁜 감정은 버리려고 할 때 인간의 고뇌는 깊어 지고, 불행의 늪에 빠진다고 한다. 앤은 분명 노자 도덕경은 이미 터득하고 온 게 아닐까 싶다.

“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앤의 인생철학이다. 소확행과 미니멀리즘을 터득하고 단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기쁨을 아는 아이이다. 아마 같은 시공간에 있으면 모페족이 되어 주변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치유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만, 말이 많다는 게 문제이지만, 뭐, 듣는 귀도 있는 아이라서, 사물과도 대화를 하니 문제없다.

5년 전부터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는 책이 나오더니, 넥플릭스에서 드라마까지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으니, 아마 빨강머리 앤은 세월이 흘러도 여자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테마임이 분명하다. 예전에 어느 국어학자가 기후변화로 인하여 한국의 봄이 사라지면, 장범준의 ‘벚꽃엔딩’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봄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빨강머리 앤도 이와 같이 사라져가는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한 삶의 성찰을 일깨워주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본다.

나도 빨강머리앤이 “미워하는 마음을 품거나 억울하다고 속상해하면서 세월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한 말처럼 사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찾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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