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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셀 vs 에너자이저, ‘토끼 전쟁’의 승자는 누구?

에너자이저 광고 캡처ⓒClassic TV Ads

최초의 건전지를 탄생시킨 에너자이저와 아폴로 11호 계획에 참가해 달로 간 첫 번째 건전지가 된 듀라셀은 오랜 라이벌이다. 신제품, 가격 경쟁력, 판매율 등으로 업계 내, 외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두 브랜드가 정면으로 맞붙은 일이 있었다. 바로 이들의 마스코트, 토끼였다.


(듀라셀) 토끼 vs (에너자이저) 토끼


전쟁(?)의 서막은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듀라셀은 코끝이 빨갛고 눈이 커다란 토끼 캐릭터를 공개했다.  등에 건전지를 메고 북 치는 모습으로 토끼들 사이에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연주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는 건전지의 우수함을 부각시키는 데 사용됐다.


에너자이저 버니가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1989년이었다. 큰 귀와 익살스러운 표정을 반쯤 감춘 선글라스, 자기 몸만큼 큰 북까지. 듀라셀 버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이 광고는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이라는 점 외에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익숙한 한 광고가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던 것. 북 치는 토끼들과 그 사이에서 끝까지 연주를 계속하는 토끼가 보인다. 여기까지 아무리 봐도 듀라셀 버니다. 어쩐지 힘이 좀 떨어져 보이는 듀라셀 버니를 뒤로 하고, 커다란 북을 파워풀하게 두드리는 에너자이저 버니의 등장. 누가 보더라도 듀라셀을 향한 전쟁 선포였다.


여기에서 끝났다면 귀여운 해프닝으로만 느껴질 수 있었다. 2006년에는 에너자이저 광고를 보자. 듀라셀 버니를 전면에 등장시킨 것도 모자라 달리기를 시킨다. 두 토끼의 경쟁은 예상대로 에너자이저 버니가 승리하는 것으로 끝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광고지만, 평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특정 브랜드 저격 광고라는 점에서 보는 시선도 있다.


둘 사이의 논란이 광고로 시작해, 광고에서 끝났다면 나름 평화로운 결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 치열한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상표권이 있다. 에너자이저 버니는 광고 성공을 기점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1992년 북미 지역에 ‘북을 사용한 토끼’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이 상표권 등록이 가져온 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이 때문에 듀라셀 측에서는 북미 지역에서는 듀라셀 버니를 이용한 마케팅을 전혀 펼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온 토끼 전쟁이 다시 발발한 건 2016년이었다. 에너자이저가 듀라셀이 미국 지역 광고에 토끼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상표권 소송을 낸 것. 이번 소송 건에 대해서 미국 법원에서는 듀라셀의 손을 들어줬다. 에너자이저가 북을 사용한 토끼의 이미지에만 상표권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다른 토끼 이미지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두 토끼의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상태다.


두 토끼의 인지도 및 인기도 사실 엇비슷하다. 두 브랜드 모두 자사 쇼핑몰에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스포츠 및 문화 행사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토끼를 넘은 진검 승부

듀라셀은 세계 최초로 달에 간 건전지이자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2014년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TV 광고,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등을 통해 제품과 제품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기기에 맞는 건전지를 개발하고, 1969년 아폴로 11호 계획에 참여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더 보기]


에너자이저는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건전지를 형상화한 백만돌이(미스터 에너자이저) 캐릭터의 명대사 “힘세고 오래가는 건전지”로 유명하다. 1996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후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다. 1896년 소비자용 건전지를 1898년에는 램프를 대체할 수 있는 후레쉬 등을 발명하면서 건전지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로 불린다.[더 보기]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일반 알카라인 건전지보다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건전지 업계의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토끼를 넘은 이들의 전쟁은 어떻게 이어질까. 진검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글ㅣ정은주 기자(jej@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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