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제품 하나가 언어의 역사를 다시 쓴다"
"잘 만든 제품 하나가 언어의 역사를 다시 쓴다."
과장을 조금 보태긴 했지만, 이 말은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는 새롭게 등장한 제품이 때로는 그 물건을 의미하는 말로 쓰기도 한다. 일회용 밴드를 상징하는 '대일밴드', 주방세제 '퐁퐁',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워크맨', 도시바의 랩탑인 '노트북'이 그 예다.
여러 브랜드 중에서 3M이 단연 눈에 띈다. 탈착식 메모지인 '포스트잇'과 커팅 기능이 내장된 비닐 테이프 '스카치테이프', 1990년대 PC 메모리 저장 장치인 '디스켓'은 모두 하나의 브랜드가 제품 이름으로 불리게 된 케이스다.
이 모든 제품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최초의 제품이거나, 기술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산업재 중에 새롭게 역사를 써 내려간 제품엔 어떤 것이 있을까.
땅이나 암석을 파는 일을 주로 하는 굴삭기를 포클레인(Poclain)으로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 접했던 이름이었다. 그럼 어떻게 굴삭기보다 포크레인을 더 많이 쓰게 된 것일까. 국내 공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던 굴삭기가 프랑스 포클렝 제품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장에서 포클레인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 현재 포클레인이 아닌 굴삭기로 표현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로터리 툴은 컴팩트한 크기에 절단, 샌딩, 연삭, 드릴링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만능 공구다. 전문가뿐 아니라 DIY나 취미로 공구 계에 입문한 사람에게도 익숙하다. 그러나 로터리 툴이란 이름보다 보쉬의 드레멜(Dremel)이 더 익숙하다. 드레멜은 등장 후 특히 북미권에서 핸디형 로터리 툴 제품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총 150가지가 넘는 액세서리를 통해 웬만한 작업은 소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컸다. 과연 드레멜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공구가 나타날 수 있을까.
아몰레드(에이엠 올레드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AM OLED)는 능동형 매트릭스 유기 발광 다이오드라고 부른다. 자체 발광형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LED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많은 기업들의 연구 끝에 성공했지만,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건 삼성이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의 제품이 수출되면서 고유 용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편, 특정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라 재료 중에서도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스티로폼은 폴리스타이렌을 발포제로 팽창시켜 만든 것으로 단열과 방음을 위해 사용하는 건축 자재 중 하나다. 정확한 명칭은 발포 폴리스타이렌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티로폼은 미국의 다우케미컬의 브랜드다. 나일론은 폴리아마이드 계열의 화합물로 합성 섬유 중 하나다. 듀폰의 캐로더스에 의해 발명된 후 오늘날까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나라마다 명칭이 다르고, 옷뿐만 아니라 산업용 소재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글 │ 정은주 기자(jej@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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