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알리바바닷컴은 회원 수만 1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B2B 마켓이다. 40개 산업군에 총 200만개의 온라인 숍이 개설돼 있으며, 15개 언어를 지원한다. 전 세계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수출을 염두에 둔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에게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지난 11일 ‘알리바바닷컴 B2B 입점지원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알리바바닷컴 채널매니저인 루비 쉬(Ruby Xu), 국내 기업의 알리바바 입점을 지원하는 한국옐로우페이지 오광현 차장, 알리바바를 통해 세계 10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는 유토스킨조현호 대표가 참석해 알리바바 플랫폼 활용법을 소개했다.
알리바바에서 제품이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제품 정보를 모두 채워야 한다. 일단 이것이 기본이다. 알리바바는 포스팅 점수에서 만점을 받은 제품 중 판매자의 로그인 일수, 문의(inquiry)에 대한 회신율, 정보의 최신성 등을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평가한다. 제품 조회수, 클릭수, 클릭률과 키워드 광고 여부 등도 함께 반영해서 상품 노출 순위가 결정된다.
상품 정보를 올릴 때는 어느 정도의 키워드 반복도 필요하다. 알리바바는 구글 검색엔진처럼 텍스트를 중심으로 노출 순위를 정한다. 옐로우페이지 오광현 차장은 “한국 기업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상품소개 이미지 한장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 한다는 점”이라며 “이미지가 있더라도 상품 설명에 5번 이상 핵심 키워드를 반복하라”고 귀띔했다.
상품 키워드를 추출하는 과정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어가 어떤 키워드를 넣었을 때 우리의 제품이 등장할지 하나씩 기재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페이지를 만들면 된다.
같은 제품이라도 시장에 따라 키워드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오광현 차장에 따르면 동남아에서는 미백 제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다. 만약 동남아 바이어를 상대로 미백 기능이 있는 선크림을 판매할 거라면 ‘화이트닝’, ‘브라이트닝’, ‘샤이닝’, ‘미백’ 등 유사한 단어를 최대한 많이 넣어서 제품을 올리라고 조언한다. ‘한국 화장품’, ‘한국 프리미엄화장품’ 등 해외 시장에서는 유효한 키워드도 넣어주면 좋다.
키워드와 마찬가지로 상품 카테고리도 다양하게 넣는 것이 좋다. 내 상품과 딱 맞아떨어지는 곳에만 넣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연관성이 있다면 최대한 많이 넣어두는 것이 제품 노출에 도움이 된다.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도 영상으로는 단 10초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알리바바 전문가들은 제품 사용법이나 조립 방법, 수리 방법 등을 영상으로 올려놓으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도 괜찮고, 편집을 화려하게 할 필요도 없다. 분량이 짧아도 꾸준히 올리는 것이 중요하고,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훨씬 낫다.
바이어로부터 제품 문의가 온다면 신속하게 답변하자. 문의한지 24시간이 지나도 응답을 하지 않으면 알리바바에서는 제품 노출을 후순위로 뺀다. 그러니 문의가 오면 짧게라도 신속하게 답변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간단한 견적서를 만들어놓은 뒤 발송해주고, 상세 문의가 들어오면 그때 세부 견적서를 보내주면 된다.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FAQ)을 상품페이지에 적어 놓으면 쓸데없는 문의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화장품회사 무역팀장으로 일하다 한국 화장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업을 시작한 ‘유토스킨’ 조현호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조 대표는 “우리 회사가 작아서 큰 바이어와는 거래할 수 없을 거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진짜 빅 바이어들은 알리바바에 들어오지도 않으며, 알리바바에 들어왔다면 그정도는 감안하고 있다. 바이어들은 회사 규모보다 제품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처음 알리바바 바이어로부터 샘플 발송 요청이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에 무료로 보내주는 업체들이 많다. 샘플 가격을 받을지 말지는 회사에서 정하기 나름이지만, 조현호 대표는 샘플이라도 비용을 받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경험상 샘플비조차 내지 않으려는 바이어라면 큰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사소해보이는 샘플비와 배송비에 대해서도 원칙을 정하고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알리바바에서는 무료계정으로도 판매할 수 있지만 제약이 있다. 상품을 최대 50개까지만 올릴 수 있으며, 고객으로부터 개별 문의가 와도 확인할 수 없다. 검색결과에도 유료계정이 먼저 등장하므로 상품 노출 기회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옐로우페이지 오광현 차장은 “무료계정으로 알리바바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제품을 올리고 고객들 반응도 살펴보고, 경험치가 쌓인 뒤에 유료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조현호 대표는 “10년 전만해도 상품이 잘 갖춰져 있으면 무료계정이라도 상위 노출 가능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상품이 좋다 한들 100페이지에 가야 볼 수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현실적으로는 유료 멤버십을 가입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료회원인 ‘골드 서플라이어’ 멤버십은 연간 2999달러부터 시작한다.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비용이 부담된다면 정부 지원 제도를 활용해볼 수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해외진출 중소기업 800곳에 알리바바 유료회원 전환비용 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 바 있다.
모바일 대세는 알리바바도 예외가 아니다. 알리바바 루비 쉬 매니저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모바일 방문자 수가 PC 방문자 수를 추월했다. 앞으로도 PC 방문자가 모바일을 추월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알리바바에서는 기업 소개 페이지 템플릿을 PC 버전과 모바일버전 모두 제공하는데,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리바바는 비즈니스 기회만큼이나 사기꾼도 많은 곳이다. 오광현 차장도 알리바바로 바이어를 만났다 사기를 당한 기업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 기업의 사기를 당한 후 알리바바 이용을 끊었다고 한다.
조심이 최선이다. 알리바바 이름으로 온 메일이 있다면 절대 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 피싱 범죄자들은 알리바바에서 보낸 메일과 똑같은 양식으로 메일을 보낸 다음 클릭을 유도해 해킹을 시도한다. 때문에 알리바바에서는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낼 때 링크를 클릭해야 하는 메일은 보내지 않는 편이다. 만약 알림 메일이 왔다면 메일에서 링크를 클릭하지 말고 알리바바에 직접 접속해서 확인해보자.
의심쩍은 이용자가 있을 때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알리바바 메신저에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보낸 국가가 뜬다. IP를 기반으로 어디에서 메시지를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 사용자의 프로필을 클릭해보면 가입 당시 이용자가 기재한 국적을 확인할 수 있다. 메시지를 보낸 국가과 프로필상의 국적이 일치하는지 대조해보고, 다르다면 범죄 시도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해킹을 예방하고 싶다면 귀찮더라도 알리바바 계정에 휴대폰 인증을 해두자. 그러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가 아닌 다른 컴퓨터에서 로그인을 시도할 경우 휴대폰 인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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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혜원 기자(won@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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