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60% 이상의 공구 판매율을 보이는 마끼다(MAKITA), 유명 자동차의 부품 제작을 담당하는 공구 기업 료비(RYOBI), 세계 1위 공구 기업 스탠리블랙앤데커(STNALEY BLACK & DECKER)의 스탠리(STANLEY)와 블랙앤데커(BLACK & DECKER). 이들 브랜드의 탄생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게 된다. 바로 처음부터 꽃 길만 걸은 금수저는 없었다는 것.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철물점, 전파상에서 시작한 이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최고의 공구 브랜드의 자리에 올랐다. 여느 성공 신화에도 볼 수 없던 글로벌 브랜드의 처음을 만나보자.
마끼다의 모태가 된 ‘마끼다 전기 제작소’는 그 이름처럼 전기 수리와 모터 판매를 병행하는 현재의 전파사와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전기 수리업에만 그치지 않고, 전기 발전기와 모터를 개발해 1935년 구소련에 수출하면서 사업의 방향은 급변하게 됐다. 전동 공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보다 더 늦은 1958년이었다. 일본 최초의 전기 대패 모델을 생산하면서 마끼다라는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더 이상 작은 전파상의 모습은 없이 일본 최대 전동 공구 브랜드 중 하나로 급성장하게 됐다. 1969년에는 마끼다의 첫번째 충전식 공구인 충전드릴을 선보였다. 우리가 예상하는 그대로 가성비가 좋은 공구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1843년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작은 철물점이 들어섰다. 근처에 있던 수십 개의 다른 공장과 비교해도 그닥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이름도 미국 사람들 중 가장 흔한 이름이라는 스탠리였다. 그리고 그곳은 150년을 넘어 포춘지에서 뽑은 전세계 500개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처음에는 단철공장에 딸린 도어 볼트와 기타 하드웨어를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를 놓치지 않았다. 금속 망치와 스크루 드라이버를 제작하고, 볼베어링 경첩 특허를 내면서 공구 브랜드로서 이름을 알린다. 스탠리 이전에도 공구 브랜드는 있었다. 그러나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 동안 살아 남은 브랜드는 드물다.
1943년 간장을 만들던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장에서 료비가 탄생했다. 미쓰비시 후쿠야마 공장의 하청업체 중 하나였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 무기의 부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주로 맡았다. 전쟁이 끝나면서 료비는 자동차 부품 개발에 뛰어든다. 이 선택으로 료비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후 자체적으로 오프셋 인쇄기 제조, 인쇄 장비, 건설 공구 등을 만들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갔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로 사업 규모가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다이캐스트 제조, 공구 등 전문 분야에 집중한 일본의 강소기업 중 하나다.
블랙앤데커는 공구업계 최초로 우주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브랜드를 만들어낸 사람은 동명의 두 사람 던컨 블랙과 알론조 데커였다. 1906년에 처음 만났을 때 데커는 학생이었다. 1910년 두 사람은 1200달러를 갖고 볼티모어에 작은 가게를 차렸다. 이 가게도 이전의 가게처럼 단순한 철물점이 아니었다. 상품 판매 이전에 공구를 개발하겠다는 목적이 뚜렷했다. 그런 노력 덕에 창업 후 7년 만에 휴대용 전기드릴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한다. 1971년 아폴로 15호의 탐사에 사용한 나사의 드릴을 개발하면서 ‘우주에서도 사용하는 공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펼쳤다.
글ㅣ정은주 기자(jej@i-d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