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들
다시 브런치를 열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는 말대로 그냥 중년이다.
매년 연봉이 오르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닌, 생의 번아웃이 와서 한 달간 쉬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닌, 벌어둔 돈도 없는 말 그대로 내가 벌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지극하고 지루한 직장인이다.
한참을 작가라는 로망에 브런치를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꽤나 자주 두드린 적이 있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는 생각도 없이 내 기분에 따라 써내려 갔다.
한창 자화자찬에 빠져 있었다. 쓰는 게 별거냐고 내식대로 쓰면 되지 남들도 대단한 것을 쓰는 게 아닌데 척척 작가라는 타이들을 달고 글을 쓰지 않냐며 나라고 작가 타이틀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랍에 제법 글이 쌓이면 겁 없이 작가 신청을 했다. 실행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자 상상의 나래를 폈다,
'작가님~' '누구누구 작가님 브런치의 작가가 되셨습니다~'
허상과 허물에 싸여 작가라는 타이틀에 취해 마치 진짜 작가라도 된 양 그다음의 스텝을 스스로 이어나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응!!! 뭐지?? 왜?!?!
작가로 모시지 못한다는 메일을 받고 처음 드는 생각 '그럴 리가 없는데'였다.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안된다는데 그리고는 그제야 브런치 작가 되기를 검색하여 혹 내가 무엇을 빼먹고 신청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번째 작가 신청을 했다. 이번에는 되겠지 나름 먼저 작가가 된 분들의 노하우를 새겨가며 신청한 것이라 크게 안 될 이유가 없을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낙방(?)이다.
두 번 거절의 메일을 받고는 이해가 아닌 용납이 안되었다. 아니 왜 나의 글 무엇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인가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이들과 내가 뭐가 다르지 라는 당장의 눈먼 장님으로 귀머거리로 내 생각만으로 가득한 잘못됌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글의 자격 여부를 논하는 급기야 심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원망을 퍼붓기 시작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피드백도 없이 달랑 거절의 멘트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다니를 외치며 몇 날 며칠을 일면식도 없는 브런치 관계자들에게 원망의 눈초리만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드나들던 브런치는 그날 이후로 발길을 뚝 끊었다.
잘 쓰지는 못해도 그적 그적거림이 좋아 어느 날의 상태, 어느 시간의 감정을 모아 기록하고 써놓은 글을 읽어보며 나의 위로가 되었던 글들이 한순간 도마 위에 오려졌다 웃음거리가 된듯한 기분이 들어 글을 쓰는 흥미마저 잃고 말았다. 그렇게 글쓰기가 멈추고 또다시 나도 멈추었다.
나는 머물러 있으나 여전히 시간은 흘렀다.
뒤돌아볼 새도 없이 앞으로 달려만 가는 시간을 잡기라 너무나 까마득했다. 나는 20,30대가 아니다. 그저 머물며 개구리가 뛰어오르기 전 발돋움을 하기 위함이라는 낭만에만 빠져있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걸 통장의 장고를 보며 깨달았다. 무엇이든지 해야 했다.
당신이 무엇가 하겠다고 결심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그 일이 이루어지게 만든다.
-램프 월도 에머슨-
매번 버킷리스크를 세워 실천하겠노라를 외쳤으나 적당한 자기 타협과 궁색한 합리화로 뒤 전에 구겨놓았던 나의 의지가 이번은 아니라고 가슴 한편에서 외쳤다. 이번에는 해보자고 나 스스로가 나를 믿지 않으면 아무 누구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실천의 시작은 '독서'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그러니 부자들의 삶을 따라가 볼 수밖에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하나를 생각했으때 누구나가 우선으로 하는 책 읽기였다. 그동안 책을 읽지 않은 건 아니다 다행인 건 읽고 쓰고 그것을 통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던지라 읽지 않고 살았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은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부자인 그들과 성공한 그들의 삶을 따라가보자다.
'그래, 닥치고 읽자'를 나의 모토를 삼고 1월부터 실천 중이다.
1월에 6권, 2월에 5권 읽다 보니 속도도 빨라졌다. 같은 분야의 글은 이해도 빨라졌다.
몇 권을 읽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잘 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심도 있게 그 내용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러나 우선 숫자와 같은 그것이 무엇이든 보이는 것에서의 증명이 스스로에게 필요했다. 내용에 대한 인증과 일종의 숙제 검사 같은 그래서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을 받고 싶은 마음 같은 거다. 그래서 아마 브런치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보고 싶은가보다.
두 달 동안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책들을 읽으면서 나름 열심히 기록하고 자기 객관화의 시점에서 내가 무엇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멈춰있던 허상의 시간 속에서 나와 나의 시간을 다시 잘 정돈하며 넘어지지 않고 나아가보려 한다.
읽음의 실천이 무너지지 않게 다시 단단하게 써보기로 했다. 눈으로 읽기에서, 소리로 읽기로 그리고 쓰기의 읽기로 확장하면서 자만 속에 빠졌던 글 속에 거품을 빼고 솔직한 나를 표현해 보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답장이 와도 지금은 괜찮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면 또 어떠랴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니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저 지치지 않게 묵묵히 나의 생각을 그려나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