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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l 12. 2017

기자도 글쓰기가 두렵다


기자로 10년째 일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매일 쓸 때마다 막막한 걸 보면

내공과 연습이 부족함을 깨닫는다.

게으른 탓이다.  


소위 '글로 밥먹고 산다'는 이도 그럴진대

이를 업으로 하지않는 직장인들에겐

떻게 다가올까 싶다.


하지만 '글쟁이'가 모였다는

신문사에서조차 글쓰기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마감시간 즈음 고성(高聲)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 머릿속 생각, 말한 것 옮겨쓰기


"오랜 시간 어렵게 취재한 것을

어떻게 원고지 5~10장에 옮겨 담을 것인가."

기자가 늘 하는 고민이다.


리드(lead, 기사 앞머리)에

생생한 스케치를 담아볼까,'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식의 스트레이트가 좋을까.

딱히 정답은 없다.


현장에서 보고, 취재원에게 캐묻고,

스스로 깊이 고민한 것들을

머릿 속에서 잘 펼쳐내어

한 편의 정돈된 글로 만들면 된다.

말은 쉬운데 이게 참 어렵다.


직장에서의 글쓰기 역시

이 점에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진부한 말이

요즘들어 마음에 많이 와닿는다.  


메신저, 소셜미디어로

하루 대화의 대부분을 대신하는 시대,

화걸고 받는걸 두려워하는 이가 늘어나는 시대.


대면(對面)의 기회가 사라질수록

잘 정돈된 글이 갖는 힘은 여전히 크다.



# 잘 쓴 글, 옮겨쓰기


신문사 내부에서

서로 추천하고 애용하는 방법은

'잘 쓴 글 필사(筆寫)하기'다.


'글 잘 쓰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물으면

열이면 열 '필사'를 꼽는다.


따라하고픈 문장을

손으로 따라 써보는 것만으로(컴퓨터로는 안된다)

문장이 자연스럽게 닮고 어휘력도 좋아진다.


기자를 준비하던 시절엔 신문 사설을 주로 베껴썼다. 주제를 따지기 보다는 읽고나서 '아 잘 썼다' 싶은 걸 따라썼다. 사설은 논리정연하고 주장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언론사 입사 준비에 좋았다. 좋아하는 소설가 최인호씨의 작품도 종종 베껴썼다.


필사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든다.

문학적 쓰기뿐 아니라   

기사, 직장 보고서를 쓸 때도 통한다.


# 글쓰기, 모두의 고민


글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는 학창시절에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점차 일상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유명 로펌의 한 변호사를 만는데

의외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본인도 부족함을 느끼고 신입 변호사들의 실력도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소위 좋은 대학나오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주술 호응'부터 숱하게 틀리더란 것이다.


"변호사한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판사님이 변론 첫 장만 읽고도 감동해야 하는데

첫 문장부터 턱 막히면 재판에서 어떻게 이기겠어요?"


어느 직장이나 글쓰기는 중요할 것이다.

가슴에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를 품고 있어도

글로 잘 풀어내지 못하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 나만의 원칙을 갖자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강조하는 원칙은 거의 비슷하다.


1. 단문을 쓸 것

2. 불필요한 접속사는 과감히 생략

3. 디테일하게 쓸 것

등이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다들 한번씩 들어봤음직한 얘기다.


그런걸 마치 새로운 것인양

다시 소개하고 왜 중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10년째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시간이 절로 글을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

잘 쓰려면 꾸준한 연습 또 연습뿐이라는 사실만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연습과정을 차근차근 여기에 공유하려고 한다.

필사하고픈 좋은 글감,

글쓰기에 도움될만한 방법들도 올릴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나 또한 다잡기 위해서다.


절실한 사람이 앞서나가면

같은 길을 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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