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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Feb 28. 2022

덮죽, 메뉴의 이름도 상표로 등록될 수 있을까

어떤 브랜드가 보호되는가(3)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소개된 포항 덮죽집은 방송 이후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등록을 신청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포항 덮죽집 사장은 시금치와 소고기가 들어간 ‘시소덮죽’, 소라와 돌문어가 들어간 ‘소문덮죽’에 대해 상표등록을 신청하여 심사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이 상표들은 제30류의 쇠고기버섯죽 등을 상품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원래 메뉴의 이름은 음식을 설명하거나 식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명칭이므로 브랜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즉 메뉴의 이름은 브랜드로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특허청에서 심사가 이루어질 때, 실제로 쇠고기버섯죽 등의 브랜드인지 단순한 메뉴의 이름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일반적인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만일 메뉴의 이름에 앞에서 설명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등록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음식의 재료 등으로 이루어진 메뉴 이름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죠. 반면 ‘시소덮죽’과 같이 메뉴 이름을 보고 음식의 재료 등을 직감할 수 없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므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메뉴의 이름이 상표로 등록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일까요? 다음의 ‘폭탄밥’이라는 상표는 제30류 주먹밥 등을 지정하여 등록됩니다. 실제로 상표권자는 식당에서 닭요리 및 점심특선의 메뉴판에 삼계탕, 닭곰탕 등 여러 메뉴 중의 하나로 ‘폭탄밥’을 기재하여 판매하였다고 해요.



 하지만 주식회사 농심은 등록된 ‘폭탄밥’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심판을 제기합니다. 이에 대해 특허법원(2014허8861)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상표등록을 취소합니다.


“원고의 통상사용권자인 주식회사 탐앤탐스(대표자 원고)가 운영하는 ‘○○○○’이라는 음식점에서 2014. 2. 17.경 ‘폭탄밥’이라는 메뉴를 3,000원에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상표법에서의 상품은 상거래의 목적물로서 유통과정에 놓이는 교환가치를 가지는 유체물을 말하고, 유통성과 양산성을 전제로 하는데, 위 ‘○○○○’이라는 음식점에서 제공한 폭탄밥이라는 음식물은 유통과정에 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표법에서의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음식점에서 메뉴판에 폭탄밥이라는 표장을 사용하는 것이 위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업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상표적 사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즉, ‘폭탄밥’이라는 상표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주먹밥의 브랜드로 등록되었으므로, 식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서 ‘폭탄밥’이라는 메뉴명을 사용한 것은 등록상표의 사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폭탄밥’이라는 상표를 마트에서 포장 및 유통되는 주먹밥의 브랜드로 사용해야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메뉴명으로 ‘폭탄밥’을 사용하더라도,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표권의 침해를 선뜻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포항 덮죽집의 메뉴 이름인 ‘시소덮죽’과 ‘소문덮죽’은 이미 심사를 통과하여 상표로 등록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표등록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시소덮죽’이나 ‘소문덮죽’이 상품으로 개발되어 마트 등에서 유통된다면 적법한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됩니다. 메뉴명이 브랜드로 되는 현상은 시대 변화에 따라 가속화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또한 상표등록을 먼저 신청해놓으면, 다른 사람이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겠지요.


 한편, 상호와 브랜드를 혼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호의 사전적 의미는 ‘상인이 영업 활동을 할 때 자기를 표시하기 위하여 쓰는 이름’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Galaxy 스마트폰은 상호가 삼성전자 주식회사이며 스마트폰이라는 상품의 브랜드는 Galaxy입니다. 상호와 브랜드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반면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상호와 브랜드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의 맛집 ‘사미헌’은 상호가 ㈜사미헌이고 매장의 간판 등에 사용하는 브랜드도 ‘사미헌’으로 일치합니다. 다만 브랜드는 ‘사미헌’ 외에도 한자로 구성된 도장 모양도 포함합니다. 다음과 같이 제43류 한식점업 등을 서비스업으로 지정하여 이 브랜드를 상표로 등록하였습니다.



 서비스업의 상호라도 유통되는 상품의 브랜드로 활용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사미헌의 포장된 상품은 마켓컬리에서도 판매되고 있고, 직접 운영하는 사미헌몰에서도 판매합니다. 이제 사미헌은 한식점업의 브랜드이자 상품의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이미 등록된 상표 외에도 제29류 육류가공식품 등을 상품으로 지정하여 추가적인 상표등록이 필요하게 됩니다. 결국 상호가 브랜드로 활용된다면 그 서비스업이나 상품을 지정하여 상표로 등록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 브랜드, 결국엔 상표등록이 필요합니다(김태수 저, 북랩, 2022)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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