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를 던지는 사나이!'
오승환이 던지는 직구는 마치 돌을 던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단일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으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거치면서 통산 500개가 넘는 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투수가 2024년 한국시리즈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못할 예정입니다.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재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는 2024년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발표된 30인의 선수 명단에서 결국 오승환을 제외했습니다. 이미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부터 나타나지 않았지만 오승환은 삼성 라이온즈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많은 팬들은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 최고령에 속하는 82년생인 추신수와 김강민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최후까지 남겨진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의 9년 만에 우승을 함께하며 선수 생활의 후반부를 멋지게 마무리하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은 시즌 내내 부진했던 오승환을 과감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부터 제외하며, 본인의 원칙과 소신을 지켰습니다. 물론 오승환이 과거에 비해 위력과 구위에서는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에서 5차례의 우승과 숱한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구한 경험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는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했던 팬들도 다수 존재했었습니다.
또한 박진만 감독은 선수시절 오승환과 함께 두 차례의 우승을 일궈냈던 적도 있었고, 은퇴를 경험한 선수 출신 감독 입장에서 오승환의 선수 생활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테지만 '팀의 우승'이라는 대업을 위해 많은 고민 끝에 오승환을 결국 엔트리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박진만 감독이 오승환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던 이유는 우선적으로 그의 구위가 정상적인 수준을 올라오지 못했음이 가장 크겠지만,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면서 주축 선수인 구자욱이 부상을 당함으로써 정상적인 수비 플레이가 불가했고, 구자욱 이외에도 선수단 전반의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레전드의 화려한 마무리' 보다는 '팀의 9년 만에 우승'을 선택한 것입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오승환은 구위가 많이 떨어진 투수라고 하지만, 야구도 역시 사람이 하는지라 그의 엔트리 발탁을 두고 어느 이슈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선수단을 꾸렸다는 것에 저는 박진만 감독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독으로서 첫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감독이라지만 그는 12년간 코치 활동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축적한 자신의 리더십 철학으로 30명의 엔트리를 완성했습니다. 만약 그가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 이외에 '레전드 선수의 멋진 마무리'라는 부수적인 결과에도 욕심냈다면 '30명 중의 한 자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30명 중의 1명을 위한 팀 운영보다 최고의 컨디션과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30명의 엔트리를 구성했다는 것은 선수단 전반의 긍정적인 분위기와 사기 진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한국시리즈는 10월 22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박진만 감독의 소신과 철학이 한국시리즈에서 또 어떤 드라마를 그려낼 것인지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