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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여행자 Nov 14. 2019

치앙마이 한 달 살기 - 영어학원

치앙마이 대학교 랭귀지 스쿨에 가다

쉬러 왔는데 욕심이 많아졌다. 어쩌면 엄청난 한가로운 시간을 감당하기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 자체가 어쩌면 쉼이 아닌, 감정 노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치앙마이 대학교에 어학원에 가 보았다. 현지의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이니, 사설 어학원과는 다른 무엇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치앙마이 대학교는 엄청 크다. 아니 크다고 들었다. 나도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다. 치앙마이 대학교의 입구는 여러 개다. 다행히 치앙마이 대학교 랭귀지 스쿨은 나에게 가까운 입구 근처에 있었다.

어느 나라나 대학교의 교정은 풋풋함이 느껴진다. 특히 치앙마이 대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는다. 처음에 치앙마이에 왔을 때 놀라웠던 점 중에 하나였다.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은 그때 처음 보았었다. 그래서 풋풋함이 배가 되어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랭귀지 스쿨에 가서 문의를 하고, 레벨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레벨을 지정받고 강의 시작 날짜와 시간을 받고 돌아왔다. 수업은 매주 월, 수, 금. 오후 5시 30분이었다. 사설 영어학원은 오전이므로 시간 배분이 괜찮은 것 같았다.

무언가 약간의 설렘이 느껴졌다. 한 달간의 어학원 과정이지만 어찌 됐든 대학교에서의 수업이므로 다시 예전의 시절로 잠시 돌아간 기분이 느껴졌다. 어떤 사람들이 만날지,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되었다. 영어학원은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하게 해주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만약 치앙마이에 와서 영어학원을 다닐 생각이 있다면, 치앙마이 대학교 어학원을 추천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말이다. 미리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솔직히 사설 어학원보다 이곳 랭귀지 스쿨의 수업 퀄리티가 훨씬 높았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의 의견도 똑같았다. 아무래도 치앙마이 대학교의 강사는 검증을 통해 이곳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치앙마이의 사설 영어학원의 구조와 방식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학원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내가 다닌 학원은, 강사가 수업시간마다 수시로 바뀐다. 대략 일주일의 스케줄만 나온다. 그것도 월요일에 그 주의 강사 스케줄이 공지된다. 매주 바뀐다. 새로운 강사가 갑자기 나타나고, 나름 괜찮았던 강사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러므로 수업에 체계성은 아예 기대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다양한 강사를 경험하니 더욱 풍부하게 수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강사는 수업에 책임감을 갖지 않는다. 자신이 이끌어가는 클래스가 아닌 만큼 큰 애정과 책임감이 부여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강사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어떤 질 높은 수업이 유지되길 바라기는 정말 힘들다. 동양학생들이나 서양 학생들이나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강사에 대한 선호도도 거의 일치하였다. 역시 지구에 사는 우리들은 보는 눈,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다.


반면에, 치앙마이 대학교 랭귀지 스쿨의 수업은 퀄리티가 높았다. 한 달 동안의 코스가 끝날 즈음엔 다른 교수들 몇 명이 참관하는 시범수업도 두 번이나 있었다. 수업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곳의 학생들도 대부분 만족감을 표하였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나의 그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인 것이다. 일단 사설학원도 강사가 계속해서 바뀌므로, 실력 있고 성실한 강사를 만날 수도 있다. 학원의 커리큘럼과 운영방식이 바뀌어서 개선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할 그 당시 시점의 모습을 설명한 것이니 참고만 하면 된다.


다양한 정보들을 얻고 본인이 신중히 판단하면 된다. 사실 치앙마이에 한 달 살기를 하러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휴식 아니면 본인의 일을 하기 위해서이므로,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어떤 뚜렷한 결실을 얻으려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보고픈 생각이 더욱 컸다. 영어학원은 그것을 위한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운 좋게 영어학원에서 좋은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덕분에 외롭지 않고 즐겁게 많은 시간들을 함께 공유하며 즐거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보내게 되었다.


낯선 곳, 낯선 음식, 낯선 환경 속에서 장기 스테이를 하려면 마음이 맞는 친구 한 명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억이 풍부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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