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살메르에서 조드뿌르로

by 우주먼지

영화 ‘김종욱 찾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 인도로 떠나는 장면이 나오고, 인도의 조드뿌르라는 도시가 영화에 나오는 것은 안다. 아마 인도여행을 하는 이들이라면 그 중에서 조드뿌르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이 영화를 언급을 해보았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 와중에 듣게 되었다.

많은 여자 여행자들이 그곳에 가면 공유를 찾을 수 있다는 농담 섞인 말을 하며(하지만 그 안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을 수도), 조드뿌르를 여행한다. 나는 임수정을 만나기를 기대했다.(아무에게도 말은 안했지만 마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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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살메르에서 낙타사파리를 마치고 하루를 푹 쉰 다음, 다음 여정지 조드뿌르로 향했다. 처음으로 슬리핑 버스를 타야했다. 아침에 숙소 주인장을 통하여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야간 슬리핑 버스를 예약했다. 델리에서 만난 한국인 몇 명과 함께 야간에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그들과 조드뿌르까지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내가 받은 버스티켓의 좌석은 2층이었다. 슬리핑 버스는 1층과 2층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2층 내 자리로 올라가서 배낭을 한편에 놓고, 침낭을 피기 위해 자리를 정돈했다. 그 와중에 손에 물컹한 뭔가가 만져졌다. 어두컴컴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좋지 않은 색의 질퍽한 무엇이 내 손에 묻어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 질퍽한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알고 싶지 않다. 나의 기대와 다른 물체라면... 나는 진흙이기를 희망한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그 시점에는, 이것은 소똥이 아닌가, 라는 매우 가능성있고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인도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똥. 그것을 누군가 밟고서 그대로 버스에 올라 좌석에까지 올라가서 묻혔다고 생각을 했다. 신발도 눕는 좌석 안에다 보관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날 비도 오지 않았고 건조한 사막 도시 자이살메르이므로 진흙보기가 더 어려웠다. 소똥 보는건 한국에서 김밥천국이나 스타벅스 보는 것보다 훨씬 흔한 일이었다.(아주 훨씬!) 그러므로 그것은 소똥일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다. 하지만 환한 불빛에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나는 그저 그것은 진흙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냥 그렇게 믿어버리면 그것은 사실이 된다.(부디).

아무튼 나는 울상이 된 채 그 물체를 휴지로 정성스레 닦고, 내 침낭을 꺼내어 펴고 배낭을 적절한 곳에 배치한 다음, 누워서 자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인도인이 오더니 너의 좌석은 여기가 아니니까 다른 한국인과 2인용 자리를 사용하라고 했다. 이것은 무슨 소리인가. 나는 내 티켓을 보여주었다. 티켓 좌석번호와 실제 좌석번호가 같았다. 이로써 끝이라고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이 잠시 착각했나보다 하며 안락하게 눕고 싶었으나... 그래도 네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 여기 내 자리 맞아요. 티켓 번호랑 이 좌석번호가 같잖아요.

- 이 티켓을 봐.


그 사람은 다른 고객의 티켓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눈을 의심했다. 같은 좌석번호가 쓰여 있었다. 다른 티켓, 같은 좌석번호. 이런 티켓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이거 실화냐?


- 전 아침에 예약했어요.

- 네가 자리를 옮겨서 2인용 자리로 가서 한국인이랑 같이 사용해.

- 전 미리 예약했고, 이미 침낭도 다 펴고 자리를 잡았어요. 이건 당신들 실수잖아요.

- 그래도 네가 옮겨.


아무리 인도라지만... 정말 답답했다. 좀 전에 손에 괴상한 물체까지 묻혀가며 자리를 정돈했는데 옮기라니. 실수는 자신들이 해놓고 말이다. 그리고 늦게 온 사람이 다른 자리로 가서 자리 잡으면 되지. 이미 일찍 와서 자리정돈까지 다 해놓은 사람한테 옮기라니. 졸지에 나랑 함께 2인용 자리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 한국인 일행은 더 큰 목소리로 화를 냈다. 우린 이미 예약했는데 이게 뭐냐고. 혼자 2인용 자리를 모두 사용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둘이 상용해야하니 화가 난거다.

결국... 나는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말이 전혀 안 통한다. 무조건 옮기라는데 별 도리가 없다. 여기는 인도이니 인도법...은 아니더라도 인도인 말을 따라야지 어쩌겠나. 아, 무엇보다 내 손... 봉변만 당하고. 씻지도 못하고.

내가 인도에서 겪은 가장 황당한 사건중 하나다. 이 사건은 나로 하여금 더욱 마음을 내려놓게 했다.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는 인도.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여행자의 비애. 묻고 따질 것도 없다. 인도는 인도다. 여기는 인도다. 이 말을 여행 내내 수없이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마법의 주문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인도의 슬리핑 버스에 처음으로 몸을 실었다. 도착하면 제일 먼저 손을 씻으리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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