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치앙마이를 간 것은 거의 10년 전이다. 9년 전일 수도 있다. 오래되어서 헷갈리니까 그냥 10년이라고 하겠다.
10년 전만 해도 치앙마이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때에도 중국인들은 꽤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에 한 달 살기의 성지로 알려지기 전이라 한국인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만날 수 있는 외국인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였다. 20개국을 넘는 나라, 적어도 50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했다. 그중에서 장기로 머물러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은 인도 정도. 그 외에는 굳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치앙마이에서 그런 느낌이 처음 들었다. 그때는 치앙마이를 며칠 여행할 뿐이었다. 마야 쇼핑몰에서 나오며 입구를 등지고 치앙마이의 거리를 바라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나의 머릿속으로 올라왔다. 그때만 해도 해외 한 달 살기 같은 말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의 여행이란 것은 바쁘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정복하듯이 사진 찍고 인증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고 그런 전투적인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치앙마이에서 처음으로 한 달 정도 살아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 것이다. 그 정도로 치앙마이의 분위기는 나의 취향과 맞는 장소였다.
그 이후 일 년 정도 지났을까. 인터넷에 치앙마이를 검색하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라는 말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은 점점 더 번져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은 다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많은 도시들에서 한 달 살기를 하지만, 한 달 살기의 원조는 역시 치앙마이다.
내가 치앙마이에 잠시 머물면서 한 달 동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소수였지만 그 당시 치앙마이를 여행한 한국인들의 대다수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지금은 치앙마이에서 많은 수의 한국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요즘은 오히려 중국인들보다 더 많은 것도 같다. 그리고 치앙마이의 모습도 예전에 비해서 꽤 많이 변했다.
시간이 가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질수록 장소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끔은 예전의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치앙마이는 여전히 좋은 곳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변하겠지만, 치앙마이 고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