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늘 마음속에 품어오던 소망 하나를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치앙마이는 내 마음의 유토피아였다. 나만의 무릉도원이었다. 그곳에 가는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었고, 현실이 고달플 때 그날을 생각하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다. 그곳에 가서 몸도 마음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제 나는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넘어 두 달 가까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듯 마음이 편안하였다. 길들도 사람들도 익숙하였다. 누군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 것만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친숙한 태국인의 억양, 따가운 햇빛, 반가운 썽태우.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대로 존재해줌이 고마웠다.
치앙마이
이름에서 주는 편안함이 있다. 치앙마이가 좋아서 이름이 좋게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이름 자체에서 편안함이 풍기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무엇이 먼저 든 간에 이제 치앙마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들으면 그 즉시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다시 가고 싶어 진다.
내가 치앙마이에 처음 간 것은 4년 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였다. 이곳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다고. 나름 많은 나라와 장소를 가보았지만, 한 달 동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장소는 치앙마이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 치앙마이는 내 마음의 이상향이 되었다.
그 후로 신기하게도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트렌드가 되기 시작하였다. 역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가 보다.
가장 먼저 치앙마이의 랜드마크인 타패 게이트로 향하였다. 많은 태국인들, 해외 여행자들. 또 많은 비둘기들.
예전에 종종 갔었던 카페에 갔다. 그때와 같은 커피를 시키고, 예전에 앉았었던 자리에 앉았다. 시간은 흘러갔고 많은 것들이 변했겠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고 다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되었고 고마웠다.
나는 이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이 곳에서의 하루하루를 어떤 벽돌로 쌓아갈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다.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분명히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늘 머물고 싶어 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렇게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받은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치앙마이에서의 나의 스토리는 나만이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한국에서의 삶과는 다르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한 명의 일원이 아닌, 나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보스이자 직원으로서 모든 것을 꾸려나가야 한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