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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Jun 11. 2024

아름다운 마을에서 머무는 하루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32

 2022년 06월 10일

 걷기 28일 차: 폰페라다 -> 카카벨로스 ->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조

 

 3명이서 6인실을 사용해서 그런가? 공간이 넓어 쾌적했다. 방에 대부분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더운 날이면 밤에도 설치기 쉬운데 공간이 넓다 보니 좋았다. 푹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도 좋아졌다. 아빠도 속이 꽤 편안해지신 것 같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구름이 많이 낀다더니 해를 막아주는 구름이 아니라 그냥 예쁜 구름이다. 이른 아침 공기는 꽤 쌀쌀하지만 오늘도 아마 더운 날이 될 것 같다.

 폰페라다도 도시라 큰 공원을 따라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

 오늘은 중간중간 마을을 많이 만나는 날이다. 쉴 곳이 많아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마을과 마을 간 아스팔트 길이나 골목길을 따라 걸어야 하고 차도도 자주 만나 은근히 신경 쓰면서 걸어야 하는 날이다.

 그래도 부모님이 좋아하는 꽃을 잘 가꾼 집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새 많이 더워져서 겉옷을 벗고 걸었다. 6월의 스페인은 역시 태양의 나라답게 뜨겁다.

 캄포나라야에서 혼자 걷던 한국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오늘 오전에 성당 앞에서 쉬고 있을 때 만난 분인데 등산화 끈을 묶는 방법을 알려주신 분이다. 등산을 좋아하셔서 국내외 멋진 산들을 다 다니면서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라며 알려준 방법은 신발끈을 중간에 다시 한번 크로스로 엮어서 묶는 것이다. 그러면 중간에 한 번 더 잡아주기 때문에 발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준다고. 엄마는 이 방법에 무척 만족하셨다.

 벤치에 앉아있는 아주머니를 다시 만나 얘기를 나누며 잠시 쉬었다. 마을 길 곳곳에 벤치가 있어 길을 가다 잠시 쉬기에 정말 좋았다.

 이름도 예쁜 마을인 카카벨로스에 도착하니 정오 무렵이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는 8km 정도 남았다. 날이 뜨거우니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구글에 접속해 근처 맛집을 찾았다.

 이곳은 꽤 큰 곳이었다. 식당도 있고 알베르게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정원도 꽤 넓었다. 식당도 실내와 실외가 있었는데 실내에 에어컨이 없어서 우린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뽈보에 들어있는 감자가 맛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았다.

 무척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과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가기로 결정했다. 너무 더워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기념품을 구경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도 있고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 택시를 타니 빠르게 도착했다. 오늘 숙소는 조금 조용하고 평이 괜찮은 곳이라 예약했는데 순례길 코스 위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왔기에 다행이지 걸어왔으면 숙소를 찾다가 진을 뺄 뻔했다.

 오늘 머무는 마을은 스페인 하숙이란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조이다. 4년 전엔 다음 마을에서 묵기도 했고 비가 와서 마을을 구경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왜 프로그램이 이 마을을 선택했기에 이해가 갈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인 하숙에 나왔던 알베르게와 가게도 구경했다. 안은 방송과 꽤 달라졌다고 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을 때 사하군에서 처음 만났던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걸을 때는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같은 알베르게에 몇 번 묵으며 안면을 익혔고 부모님과는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 분들이었다.

 숙소 근처 식당을 찾아가서 식사를 했다. 가격도 맛도 나쁘지 않았다.

 내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 세브리오로 넘어간다. 그렇지만 우리는 산 아래 마을에서 멈출 예정이다. 사실 숙소를 산티아고까지 모두 예약을 하게 만든 범인(?)이 바로 오 세브리오이다. 이곳에서 보는 운무가 정말 멋있었기에 꼭 머무르고 싶었는데 우리가 도착할만한 날짜엔 모두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이곳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도 좋아서 꼭 머무르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물론 공립에서 잘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립에 머무르기에는 시간 안에 잘 도착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서 산 아래에서 하루 자고 난 이후 오 세브리오를 넘고 다음 마을에서 하루 쉬기로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마지막 남은 높은 산을 정복해야지.



*숙소 정보: HOSTEL EL CRUCE

 낡았지만 깔끔한 숙소였다. 순례길에서 벗어나서 머무를 만큼 좋지도 않아 다음번에 온다면 머무르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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