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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Jun 24. 2024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38

 2022년 6월 16일

 걷기 34일 차: 포르토마린 -> Os Valos(Lestedo) -> 팔라스 데 레이


 비가 온다는 소식에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 밤부터 새벽까지만 내리고 아침에는 그쳤다. 날씨운이 유독 좋은 이번 길이다. 어제보다 조금 늦게 출발을 했지만 그다지 덥지는 않았다. 오늘은 25km 정도를 걸어야 하니 힘들면 중간에 택시를 타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오늘은 300m 정도 고도를 높였다가 내려가는 코스다. 아무래도 이제는 피로가 누적되는 시점이라 무리해서 걷는 건 지양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에 돌아가서도 후유증이 적다. 나 혼자 4년 전에 왔을 땐 한국에 돌아가서도 한동안 무릎이 꽤 아팠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그림자 사진, 일교차가 있어서 그런지 아침에 안개가 끼는 구간이 있다.>

 순례자들도 많아져서 좁은 길에서는 꽤 긴 행렬이 이어진다.

 이럴 때 갈림길이 나오면 나는 무조건 사람들이 적게 걷는 길을 선택한다. 어느 쪽으로 가던 사람들이 꽤 있지만.

 마을을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쉴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럴 땐 배낭에 간식을 두둑이 챙겨두고 그늘에 앉아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날이 꽤 덥다. 점심때가 되어 밥을 먹으러 한적한 알베르게 겸 식당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철의 십자가에서 만난 한국인 아주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오늘 이곳에서 머무신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 아닌 한 두 동네만 먼저 혹은 뒤에 쉬어도 한적할 듯싶었다. 그러려면 일정을 잘 조정해야 하는데 이미 숙박을 모두 정해놓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동.

 다행히 엄마 컨디션이 좋아 점심을 먹고 좀 더 걷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더 걷고 난 뒤 아빠가 화장실이 급해져 찾아들어간 바에서 좀 쉬다가  택시를 불렀다. 그래도 21km 정도를 걸었으니 오늘도 꽤 걸은 셈이다.

 오늘 묵는 알베르게는 규모가 큰 곳이다. 살짝 마을 외곽에 있기는 하지만 깔끔하기에 순례자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예전에 혼자 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순례길을 걸을 때 블로그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분을 만났다. 나름 순례길의 인플루언서를 만난 느낌이랄까. 나중에 수줍게 블로그를 잘 보고 있다며 고맙다고 인사를 나눴다.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아빠가 갑자기 춥다고 하셨다. 아빠는 원래 조금만 덥고 추워도 온도 변화에 민감한 편이긴 한데 확실히 체력도 컨디션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걱정이다.  

 그래서 저녁은 멀리 가지 않고 알베르게 아래에 있는 피자 가게에서 피자와 샐러드를 먹었다. MTV 같은 프로그램을 틀어줬는데 나름 신선했다. 저녁을 먹고 산책도 할 겸 성당에 갔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이제 산티아고에 도착할 날이 3일 남았다. 떨어진 체력과 컨디션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그저 천천히 걷고 먹고 쉬면서 3일만 잘 걸어보자.



*숙소 정보: HOSTEL ZENDOIRA

 우리는 3인실 방에 묵었고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이었다. 도미토리도 많은데 침대마다 커튼이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깔끔했다. 1층에 주방도 있고 바로 옆에 피자 가게도 있다. 순례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큰 슈퍼마켓도 근처에 있어서 위치상으로 아주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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