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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ist Mar 21. 2021

<책의 말들>

김겨울, 유유 출판사, 2021

김겨울 작가에게 출판을 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받은 답장은 기획안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기획안이라.. 그녀는 4권의 책을 출판했고 모두 책과 관련한 것이었다.

여기서 더 나올 소스가 있을까.

사실 나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주알고주알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관련이 있는 또는 없는 일상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기획안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읽다가 만 그녀의 신작 <책의 말들>을 다 읽고 나니 그녀도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다.

- 일을 미루는 편이다.


마지막은 나의 해당사항은 아니다.

작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사만 미룰 뿐, 일은 기한을 넘기는 걸 싫어한다.


오늘 그녀의 책을 완독 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건조하다.

대체로 글에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데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을 떠올려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났고, 남궁인 작가도 떠올랐다. 아, 그리고 김영민 교수도.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보면 마른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듯 불을 지피는 듯하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타닥타닥'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맴돌았다.

작가에게 회신을 해야 하는데 기획안을 쓸 수 없게 되어 무척 아쉽다.



<책의 말들>은 100권의 책에서 가져온 100개의 문장에 관한 이야기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전공이 철학이라 그런지 철학 관련 책이 다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아도르노의 책이 여러 권 언급되어 반가웠다.

아도르노의 철학은 무척 어렵다.

다른 철학자들은 학자들이 해석을 많이 해서 읽을 것들이 많지만

아도르노의 경우, 국내에 전공자가 많지 않아서 대중을 위한 책은 아직 없다.

전 직장에서 아도르노 관련 책만 4권을 편집했는데

이게 한글인지 독어인지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몰라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아도르노를 여기서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운가.




"하나도 빠트림이 없이 매 단계를 기록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텍스트는 어쩔 수 없이 진부함과 지루함-독서의 긴장이라는 면에서 뿐 아니라 텍스트의 고유한 실체와 관련된 면에서 또한-에 떨어지게 된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 저 / 김유동 옮김 <미니마 모랄리아>, 길, 2008



"대개는 최선을 다해 꼼꼼하게 집을 지으면 그 사이로 바람은 알아서 나고 든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일이 집 안을 벽돌로 채우는 일이라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을 떨쳐 버리기는 힘들다. 내가 쥔 벽돌이 집의 벽을 쌓는 데에 쓰이고 있는지 거실 한복판에 쌓이고 있는지를 쌓는 과정 중에는 도통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들은 그런 데에 특히 눈이 밝은데, 그런 작가들의 책에서는 아주 튼튼한 철골구조와 우아한 마감을 볼 수 있다. 애서가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고 작가라면 부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 203쪽



200 페이지 남짓한 책을 읽고 나니 아쉽다.

여기서 끝내기엔 그녀의 글이 더 필요하다.

그 글을 내가 끌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출판 계약이 된 것들이 여러 건이라고 하니

콘텐츠를 뭘로 잡아야 할지 아쉽고 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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