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의 기도
경주 불국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20여 년 전 수학여행 때의 나는 이런 시간이 올 줄 전혀 몰랐고, 현재의 나는 그때의 기억이 희미한 중년이 되었다.
천년의 고찰 불국사에서 그저 마음을 편히 내려놓는 시간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는 현재에 감사하기로 했다.
단 한번 도전해 봤던 108배의 실패로 불국사 프로그램의 108배 수행 시간은 내게 도전이었다. 나는 비장하게 전날 재활 운동을 하고 무릎에 스포츠테이핑을 하고 불국사에서의 수행을 시작했다.
저녁 예불이 끝나고 드디어 때가 왔다.
108개의 염주를 꿰면서 108배를 하는 시간이라 낱알의 꿰어지지 않은 염주알들과 방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께서 108배의 방법을 일러주시면서 "마지막 절에는 소원을 비세요." 하셨는데,
내가 기도문을 일상에서 매번 지나치고 잊고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만의 다짐이자 기도문을 핸드폰 배경화면에 써 두었는데도 그 과정을 빠르게 스킵하고 지나갔던 나를 반성하면서, 절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며 다짐해야겠다는 마음 먹었다. 그런데 기도가 너무 긴 탓에 절을 하면서 다 할 수가 없어 그중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을 들여다 보고 두 문장을 택했다.
나는 그 두가지 기도를 번갈아 속으로 기도하며 108배와 염주를 꿰었다.
"무사무탈하기를"
"삶을 살아낼 의지를 갖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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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은, 살고 싶지 않은 날이 더 많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그래도 너는 니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하는 거 같은데."
다른 이들에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삶을 살아내고 싶어서 기쁨과 안식을 찾아 용을 쓰는 내가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조금 안쓰럽게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인생은 고통이고 나는 그 고통에 허덕이는 어리석은 중생이라는 것만 인지했을 뿐이다.
절을 하며 숨을 내뱉고
바닥으로 몸을 낮춰 구슬을 하나 꿰고는
숨을 들이쉬며 복부에, 다리에 힘을 채워
땅을 딛고 일어선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삶에 대한 의지를 실천한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염주가 완성되어 갈수록 이 또한 나의 의지인 걸,
그 의지가 완성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 108번째 절을 끝내고 나니, 기도와 다짐의 바람이 이뤄진 것 마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무아일까. 잠잠해진 마음의 파도가 일렁대지 않는 순간이 편안했다.
108배를 시작하는 나의 의지, 끝까지 행하는 나의 의지,
끝에 도달해 안식을 취하는 나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고생했어.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