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기획과 작은 첫 시작의 중요성
어떤 일을 한다면, 거기에는 당연히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상태에서 '했다'로 넘어가는 부분에 있어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 '과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만들어 내는 그 무엇인가가 굉장히 복잡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일 수록 더욱 그러한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즉, 그 과정 자체도 '디자인*' 자체이며, 그 과정 또한 '디자인*' 되어야 합니다.
(*주: 최근에는 '디자인하다'의 개념에 '(주어진 상황에 맞는) 기획을 하다'는 의미도 포괄되어 있으므로 본 글에서는 디자인의 의미에 기획하다는 개념도 포괄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있어 직관적으로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과정'을 굉장히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도구적 프로세스 (포토샵을 가지고 만들면 되지), 리서치 기반 프로세스 (경쟁사의 어느 부분과 같게 만들면 되지), 경험적 프로세스 (지난 번에 이렇게 했더니 괜찮던데)와 같이 자신의 관점에 철저하게 입각하여 디자인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항상 '노하우'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경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는 아티스트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경우보다, 남을 위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이너는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목표를 달성하게 위한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는 여유 없고 제약 상황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더욱 중요한 점은 내가 아닌 클라이어트가 존재하고 사용자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클라이언트 또한 자신이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기에 디자인을 전문 디자이너에게 부탁하게 되는거고, 사용자는 최종 결과물을 직접 사용하게 되는 대상입니다.
이러한 점만을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자신의 작업 경험이나 리서치, 그리고 한 두가지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디자인을 한다는 입장은 고스란히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여러가지 제약 상황을 고려하고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서 디자인이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을 미리 '디자인'해야 합니다.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릴지, 예산 안에서 가능한지, 의뢰 받은 작업의 양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지 등등의 조건들이 고려 대상이 됩니다. 프로젝트의 범위가 크고 투입되어야 하는 디자이너, 기획자가 많아지고, 기간도 길어진다면 더욱 이러한 디자인 과정, 즉 디자인 프로세스는 철저히 고민의 대상이 됩니다.
저는 10년 넘게 수 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만, 같은 주제의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결코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큰 개념으로의 디자인 프로세스인 디자인 씽킹, 더블 다이아몬드, 에자일, 구글 디자인 스프린트 등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의 프로젝트에 적합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명함을 하나 만드는 것에서부터,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SNS 채널 마케팅을 수행하고, 교육 교안을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하는 것 등,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일하는 모든 것들에서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수월할 것입니다. 작은 것부터 진행하는 과정을 미리 기획하고, 중간에 점검하고,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하여 얼마나 예측에 맞춰서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디자인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작게라도 이러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시작하여 꾸준히 지속하다보면, 일관된 프로세스 디자인 기획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디자인 영역에는 유사한 부분들이 있어, 특정 분야에 고도화된 경험을 쌓게 되면 추후에 유사 프로젝트에서도 응용력이 생김으로서,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고 어떠한 변수가 예상되며 현실적으로 가능/불가능 여부가 파악되고 몇 명이 진행해야 할 것인지 등이 보여지게 됩니다.
국내에서의 교육은 대부분 결과물 중심으로 너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정이 중요하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가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이 처음에는 굉장한 산출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방식과 노력의 방향성이 맞다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적합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제가 디자인 리더로 있는 위디엑스에서는 AWS 아마존의 한국 파트너로서, 아마존의 대표적인 이노베이션 프로세스라 할 수 있는 '아마존 워킹 백워드 Amazon Working Backwards' 워크샵을 통해 방법론과 퍼실리테이션을 전수받았습니다. 당시 진행에 있어 국내 대기업의 워크샵을 같이 병행했었고, 그 이후에는 위디엑스에서 자체적으로 외부 워크샵 요청에 따라 수 차례 아마존 워킹 백워드 워크샵을 진행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아마존의 혁신 프로세스라 불리우는 아마존 워킹 백워드가 실제로는 디자인 씽킹에 기반하여 굉장히 고객 지향적인 관점에서 미리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의 적용 모습을 그려보고 그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을 지금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디자인 프로세스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아마존 워킹 백워드는 실제로 다양한 혁신의 사례들을 보여주며 성공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당장 내가 디자인 프로세스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전문가를 통해서 워크샵과 프로젝트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이러한 디자인 프로세스 또한 내가 있는 기업에 적용하여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회사의 문화와 업무 방식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것 하나부터 미리 준비하고 진행하며 결과를 검토하는 것을 통해, 그리고 사용자 또한 잊지 않고 초기 기획 과정부터 포함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간략하게 과정의 기획,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더라도 하나씩 나의 일하는 방식,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맞추어 가면서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고 대히트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