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축하로 이어지는 문화 : Growth Mindset
"무슨 말이야? 섭외했잖아?"
"왜 혼자서 갔다 왔어?"
섭외에 성공했지만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팀원들은 왜 본인들에게 서울에 가는 걸 알려주지 않았냐며 둘러서 따져 물었다. 사실 나는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배려한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에 가기 전날, 팀의 행사가 자정이 넘어서까지 있었고, 새벽 5시 버스를 타고 올라가기에 굳이 팀을 꾸려서 다녀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절차상에도 문제가 없었다. 작가님은 섭외 후보군에 해당했고 내가 섭외 담당이었다. 심지어 교통비, 식비 모두 개인 사비로 지출했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단체에 비용을 청구한 적도 없었다. 난 내가 존경하는 분 만나고 왔다고 생각했기에.
그럼에도 일부 팀원들은 여전히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그 당시에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당시 상황을 설명해도 수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굳이 이번 강연을 해야 하냐?"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어차피 관객도 별로 안 올 건데, 하지 말지?". 농담반 진심반의 이야기들의 향연이었다.
우려와 달리 강연은 무사히 진행되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주셨던 것보다 상위 라인의 막걸리로 구매해서 전달드렸다. 그러나, 팀원들과의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행사 회고 때 나의 단독 행동을 아주 깊게 다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부끄럽지만 나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팀원들이 쏟아내는 서운함을 감당해야 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기에.
-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팀원들이 왜 서운함을 토로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활동 기간 동안 강연의 횟수는 한정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관점에서 나는 본인들이 꿰찰 수 있었던 기회를 방해한 것이다. 혹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시도에 응원보다 견제를 하고 싶었을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억울했다. 최선을 다해 섭외한 걸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강연 준비에 성의가 없는 걸 대놓고 티 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진심을 다한 시간이 부정당하는 쓰라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사례를 두고 '누가 옳았는가?'를 따지고 싶지 않다. 대신, '나는 무엇을 배웠어야 했는가?'를 자문하고 싶다. 나는 성취는 '당연히 축하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모두가 '당연히' 축하해야 할까?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은 어쩌면 나의 바람에 불과하다. 축하받기는 나의 희망일 뿐,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순간일 수 있다. 인간은 바람직함을 지향하지만, 그게 늘 지켜지기는 어렵다. 마음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는 일은 분명 수고로움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보다 당시 동아리라는 조직이 가진 속성을 생각해보고 싶다. 과연 동아리는 팀원의 성공을 팀의 데이터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나의 성취가 팀 내 누군가에게 경쟁심으로 다가왔다는 건, 그 팀에 심리적 안정감이 없다는 반증은 아닐까. 팀 프로젝트를 한정된 기회를 다투는 유한 게임으로 바라보면 한계가 존재한다. 자리 뺏기 게임에서 언제나 승리자의 반대말은 실패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쟁과 질투의 문화가 퍼져간다. 반대로 기회를 동아리 밖의 활동까지 확장하면 팀원의 성취는 본인과 팀에 자산이 될 수 있다. 기회의 영역에 대한 인식과 동료의 성취를 바라보는 관점이 문화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잘못을 따지며 감정을 쏟아내기에 앞서, 우리의 문화를 돌아볼 기회로 삼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때와는 다른 결말에 이르렀지 않았을까. 서로 칼을 겨누지 않고, 시선을 밖으로 돌려 기꺼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면 한 개인의 사례가 팀의 성취 DNA로 이식되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나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꼭 작게나마 축하의 문화를 만들어가 보고 싶다.
-
'당신의 조직에서는 승진자를 어떻게 축하하고 계신가요?'
나의 조직을 스스로 점검하고, 나아가 외부 조직과 협업을 결정할 때도 써봄직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대답으로 조직 내 그로스 마인드셋 문화를 유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에.
-
이노레드 김태원 대표님의 말씀으로 끝맺음하고 싶다.
픽스트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이 많은 조직에서는 어떤 훌륭한 성취를 한 사람 주변에 사람이 없어요. 근데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이 많은 조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어떤 사람이 훌륭한 성취를 하면 그 성취를 인정받고 칭찬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도 나도 자기가 가장 먼저 커피 사겠다고 뛰어가요. 진심으로 그 사람의 성취를 축하해 주고 그 여정에서 하나라도 내가 배우려고 해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이건 어떻게 극복했어요? 이건 어떻게 찾아냈어요?'라며 하나라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제가 이 얘기를 왜 드리냐면 제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면 저는 그로스 마이드셋을 가진 사람으로 한번 살아보려고요. 제 주변에 소셜미디어의 친구 중에 그 누구라도 되게 훌륭한 성취를 하면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가장 먼저 축하해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면접에서) "이 420만 원은 그동안 제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제 주변에서 정말 훌륭한 성취를 했던 분들을 가장 먼저 축하하고 그걸 축하하면서 하나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쓴 돈입니다"라고 얘기할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되게 재밌는 게 개인의 노력도 되게 중요하지만 사실 되게 컬처예요. 기업의 컬처가 왜 중요하냐면 그런 그런 픽스드 마인드셋이 아니라 그로스 마인드셋의 컬처가 있으면 조금 그로스 마이드센을 가진 사람도 변화를 같이 하게 되거든요. 일종의 중력성으로 작용을 해요. 근데 그게 아니라 픽스드 마인드셋이 하나의 컬처가 되면 심지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은 사람도 그렇게 스피드업을 못한다니까요.
그래서 컬처 엄청 중요해요.
_2023.12.07 부산대 특강 중
3편('당장 적용해보고 싶은 축하의 문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