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치를 선사했을 때 생기는 일
"여러분은 팀에서 진심으로 축하받은 적이 있나요?"
만약 당신이 며칠 밤을 고민해서 성과를 이뤄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서운함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잠시 나의 경험 하나를 공유하고 싶다.
대학시절, 강연 동아리에서 연사를 섭외하는 일을 맡았다. 기존에 몇 차례 이메일을 통해 연사 측에 컨택을 했으나, 섭외되기는 커녕 답장조차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사실 누가 쉽사리 대학생이 주최하는 강연에 무료로 응해주겠는가. 실제로 메일을 보내서 섭외가 되는 케이스는 5%미만 이었다.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컨택 경로는 이메일이었는데, 글을 인상 깊게 쓰는 것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돈이 없지만 청년을 위해 제발 와주세요.'라는 접근에는 분명 한계가 뚜렷해보였다. 의도는 좋은데, 매력이 없었다. 심지어 내가 연사라도 수락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올 수 밖에 없는 매력은 뭘까? 선배들을 보니 대학생 단체에서 섭외비 자체가 수락의 핵심은 아닌 것 같았다. 몇 백만원 모금해서 드릴 수 있다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그런 능력이 없다면 오히려 섭외하는 사람의 태도가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간절함을 전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효용을 드리는 방식은 없을지 고민했다. 그 날 이후, 섭외하고 싶은 작가님의 SNS를 팔로우해서 매일 들락거렸다.
그러다 작가님의 게시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본인이 서울의 한 아트페어에 출품하는데, 댓글을 달아준 두 명에게 선착순으로 전시 해설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아닌가. 거기에 아트페어 입장도 무료라고 한다. 무턱대고 찾아가면 실례이지만, 이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댓글을 달아서 전시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남겼다.
비록 내가 있는 곳은 부산이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평소에 뵙고 싶은 분이었기에 섭외가 불발되어도 팬심은 충족되지 않겠는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만남을 준비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소재를 마련하기 위해 그가 나온 기사와 인터뷰 자료를 모두 찾아보았다. 그의 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서사, 작가가 된 동기, 작품의 내용과 특징 등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숙지했다.
그렇게 작성한 기획안을 들고, 서울 노들섬으로 향했다. 작가님과 30분 정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님은 본인의 출품작을 설명하고, 내가 그것에 대한 질문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작품 설명이 끝난 후 잠시 인터뷰할 시간을 얻었다. 마침, 당시 노들섬에는 열려 있는 카페가 없어서 근처의 복순도가로 들어갔다. 술도 거의 못했지만, 연사님께서 사주신 막걸리를 먹으며 약 한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없이 주저하다가 결국 ‘사실..’이라며 섭외 이야기를 꺼내며 기획서를 전해드렸다. 작가님은 기획서를 쭉 훑어 보셨다. 3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전해드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재밌겠네요'라며 강연을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인생 처음으로 섭외에 성공한 게 믿겨지지 않았다. 치기 어린 도전에 응해주신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강연 이후, 그에게 혹시나 내가 서울에 가지 않았다면, 섭외에 응했을지 물어본 적 있다. 작가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순전히 내가 먼저 서울에 왔기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오셨다고 한다. 작은 강연이었지만, 받을 것을 염두하기 전에 먼저 진심을 담은 가치를 선사하는 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_
그런데 말이다.
섭외 후 부산에 내려오니 팀원들 반응이 좋지 않았다.
"선배들이 너 혼자 서울 갔다왔다고 뭐라고 하던데?"
"...?"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