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에서 생긴 일
대전으로 교육봉사활동을 갔을 때의 일이다. 수업 중 갑자기 에어비앤비 호스트 측에서 문자가 한 통 왔다. 다음 고객을 위해 방을 청소하는 와중에 토사물이 침대시트와 이불을 적셔서 심하게 오염이 되었다는 문자였다. 이윽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호스트 분의 전화가 날라왔다.
사실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다. 팀원의 토사물을 함께 치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게 보이지 않는 침대와 시트까지 번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시 나의 이름으로 숙소를 예약한 상황이라 호스트 분의 날카로운 응대는 온전히 내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서운 말씀을 쏟아내시며, 어떻게 할 거냐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호스트 분의 상황 설명이 끝나고 목소리가 잦아들자 나는 나지막하고 조용하게 말씀드렸다. "사장님 많이 황당하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분을 받으셔야 하는데 저희가 미쳐 그 부분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배상이 필요하시다면 저희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아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에 빠르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겨우 내뱉았다. 계속해서 매서운 이야기가 쏟아질 것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감는 순간, 호스트 분께서는 완전히 다른 톤으로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처해주시는 분은 처음 겪어서요. 배상금액은 저희가 다시 확인해보고 문자로 드릴게요." 전화가 끊겼고, 한 동안 그 자리에 멍한 상태로 주저앉아 있었다. 얼마나 큰 배상을 해야 할지 머릿 속으로 온갖 계산이 스쳤다.
이윽고, 날아온 문자에는 "5만원만 배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쓰여있었다. 여전히 죄송한 마음에 한 번 더 죄송함을 표현하는 문자를 날렸다. 미안한 마음 반, 안도감 반. 입금 이후에는 미안한 마음에 평점에 5점과 함께 같은 가격대의 대전 시내 숙소보다 어떤 점이 더 추억을 쌓기에 좋은지 세세한 후기를 써서 남겼다. 그랬더니 호스트 분께서는 나에게 이런 문자를 남겨주셨다.
"매너가 좋으시네요. 다음 번에 대전에 오면 꼭 말씀해주세요. 20% 할인된 금액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 사건으로 마음을 헤아리는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사실 호스트는 우리 측의 상황에 충분히 반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하루치 숙박비에 더불어 오염된 침구류까지 배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5만원으로 상황이 종료되었고, 할인 혜택까지 얻게 되었다.
어쩌면 그 누군가가 토로하는 불만은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닌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달라는 부탁이 아닐까. 내 실수를 직면하는 건 본능적으로 상당히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상대가 느낄 마음을 충분히 듣고 책임지는 선택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실수가 끝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관계가 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사람인지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상대의 마음 속에는 이 상황을 만회할 최고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친절만큼 빠르게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다시 관계를 재정립할 최선의 방향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