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실력 vs. 진심어린 마음
여러분은 무엇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나요?
그것은 운과 실력일 수도 있고, 권력과 초연함 또는 선과 악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답변이 오갈 것 같습니다.
너무 범위가 넓으니 '실력'으로 좁혀볼까요?
여러분 생각에는 실력이 완벽한 사람과 실력이 부족한 사람 중에 누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와 관련하여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겪었던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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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 저녁, 긴급하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교육봉사활동을 하는 다른 팀에서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학생들을 보는 일을 좋아했던 저는 저녁 늦게까지 일을 끝내고 왔지만 다음날 일정은 비어있었기에 기꺼이 일손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다음날 오전, 간밤의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부산 범일동의 어느 지역아동센터로 향했습니다. 열 명 남짓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브리또를 만들며 세계 음식을 체험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불과 칼을 사용하는 일이 위험하다보니, 대신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요리가 익숙하지 않던터라 온신경을 집중하느라 쉬는 시간에 고개를 떨구고 쪼그려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저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한채 듯 방 안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며 웃음을 멈출 줄을 모르더군요.
그러다가 한 아이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다가온 줄도 몰랐는데,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저는 아이를 보며 확신했습니다.
'아, 이 친구 놀고 싶구나. 놀아줘야겠다.'
지긋이 웃으며 물었습니다.
"친구도 선생님이랑 같이 놀고 싶구나?".
그런데 그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이 너무 힘이 없어보여서 힘을 주고 싶었어요. 힘내세요."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체험을 도와주러왔는데, 정작 위로를 받은 것은 저였습니다. 그 날 저와 함께한 사람은 뛰어난 전문가도, 높은 권력자도, 초연한 수행자도 아니었습니다. 저의 세상을 바꾼 건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애정어린 말 한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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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질문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오히려 부족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은 아닐까요?'
물론 실력은 중요합니다. 탁월한 전문성은 확실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력만이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닌 듯합니다. 아이와 저는 그날 처음 봤고, 서로를 잘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가 건넨 한 마디는 제 마음 속에 온기 있는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이를 떠올리며 저를 돌이켜봅니다. 너무 잘 해야한다는 마음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친 건 아닐지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지, 아니면 부족하더라도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게 중요할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실력과 마음은 떼어놓을 수 없으니 둘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당장 저에게 필요한 선택은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는 사람을 넘어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당장 완벽한 이론을 전부 파악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그날의 아이와 같은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도 있지만, 마음이 가는 사람을 보고 그가 원하는 것을 발견했으니까요. 이미 세상이 임계치라고 해도 마음 깊은 렌즈에서는 기회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완벽히 잘 아는 사람보다, 부족해도 용기 있는 한 마디를 던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은 시간이 채울 수 있지만 방향은 스스로 세워야 하니까요.
이제 인간은 AI라는 도구를 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분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자격을 입증해야 일을 받는 시대에서 스스로 업을 정의하고 증명해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제는 기존에 없던 걸 발견할 줄 아는 마음이 참으로 귀해보입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못하는 것을 내세우는 건 너무나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한 때 저는 처음 하는 일이더라도 못하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릅니다. 부족한 게 아니라 아직 안해본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부끄러움을 자책할 시간에 배우고 성장해서 기여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완벽에 대한 집착으로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하지 않고, 마음 가는 일을 발견하고 시간의 힘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저를 넘어 저와 닿은 분들의 세계도 넓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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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세상을 바꾸는 건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러분은 스스로 어떤 것을 발견하고 계신가요?
그날의 학생이 묻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학생의 시선으로
본인과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