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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Jun 23. 2024

그 모든 게 바로 나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뇌과학과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이해

요즘 핫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다. 완전히 몰입해 영화를 보았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진짜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감정 상태를 뇌과학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하고, 특히 그 감정 상태가 복잡한 사춘기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한 뒤, 어른과 아이가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어떤 내용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의 관점을 더해 해석을 해야 한다. 그제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뇌과학 책들과 심리학 책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것들이 영화를 보며 이해가 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진짜 천재 같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기고자 한다. 



새로운 자아 형성과 신념 저장소

영화에서는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신념 저장소가 등장한다. 신념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자아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신념은 나무의 뿌리와 같다. 이 뿌리는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짓는 기반이 된다.


기억을 색색의 구슬처럼 표현하고, 각 구슬을 기억의 강에 놓아두면 현으로 된 신념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신념들이 모여 자아를 형성한다. 이 과정은 자아와 신념의 복잡한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여준다. 기억들이 모여 신념의 현이 형성되고, 이 현들이 모여 자아를 형성하는 모습은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감정과 자아의 관계

영화는 감정이 우리의 자아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감정들이 라일리를 조정하려고 한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라일리가 행복하기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기쁨이 메인 감정이 되기도, 불안이 메인 감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감정이 라일리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라일리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의 생존과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을 형성한다. 감정은 우리의 내면세계에서 억눌리기도 하고, 때로는 강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억눌린 감정은 때가 되었을 때 분출되는 데 환경과 상황에 따라 때론 강하게 나타나 자아를 바꿔놓기까지 한다. 대부분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마치 강물처럼 계속해서 흘러가며,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안과 기쁨, 슬픔과 희망이 함께 어우러지며, 우리는 더욱 성숙해진다.


비아냥 대협곡: 천 개의 뇌와 감정 기둥

비아냥 대협곡은 영화 속에서 라일리의 내면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같은 말이지만 이 협곡을 지나면 아무리 좋은 말도 비아냥대는 말로 바뀐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는 이 협곡은 제프 호킨스의 [천 개의 뇌]에서 언급된 피질 기둥(cortical columns)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호킨스는 뇌가 수많은 피질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기둥들이 독립적이면서도 협력적으로 작동하여 우리의 인지와 지능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비아냥 대협곡은 이러한 뇌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상징하며, 다양한 감정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전체적인 감정 상태를 형성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천 개의 뇌’ 책에서는 피질 기둥의 개념을 통해 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며, 뇌가 단일한 중앙 처리 장치가 아닌, 수많은 독립적이고 협력적인 처리 장치들로 구성된 분산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뇌의 병렬 처리와 분산 처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감정 기둥이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협력하여 복잡한 감정 상태를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비아냥 대협곡은 다양한 감정들이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라일리의 전반적인 감정 상태를 형성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며, 이는 피질 기둥들이 모여 신피질(neocortex)을 구성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신피질은 이러한 피질 기둥들이 모여 만들어지며, 우리의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한다. 비아냥 대협곡은 감정들이 독립적이면서도 협력적으로 작동하여 전체적인 감정 상태를 형성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낸다. 


어른으로서의 공감

어른이 되어 이 영화를 보면서, ‘아, 내가 이런 방식으로 성장을 했구나’, ‘나의 감정들이 내 마음속에서 이렇게 요동치고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의 인생과 나의 사업 모두가 불안하게만 느껴졌을 때가 딱 저 상태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이가 본부를 차지하고 있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폭주하는 불안이의 상태와 같았다. 그런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그 해답을 찾았다. 영화에서는 불안이를 안마 의자에 보내 쉬게 해 주었다. 나도 그럴 때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마은 한 곳에 마련한 안마의자로 보내어 휴식을 취하게 하겠다.



결론: 그 모든 게 나였다

내면의 성장은 평생에 걸쳐 계속되는 과정이다. 우리의 경험, 배움, 성찰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한다. 자아는 한 번 만들어지면 그대로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과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자아는 주변 환경에 의해 상호 연관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환경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자아도 계속 변화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이 되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지만, 우리는 종종 영화 속의 “기쁨”처럼 좋은 기억과 감정만을 취하려고 한다. 그러나 슬픔, 불안, 분노 등 다른 감정 또한 우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더욱 풍부한 자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모든 감정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를 완전한 존재로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감정이 단순히 우리의 반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정의하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모든 감정이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모든 것이 나였다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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