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조직개편

인사는 명령이다.

by 아이스돌체라떼

흉흉한 소문이 널리 퍼져나가고, 우리 팀도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팀별로 일정인원을 지방으로 보내한다..

'넌 지방 사업장 가라고 하면 어쩔 거야?'

'하.... 못 간다고 해야지 뭐..'

모든 대화는 서로의 의사를 물어보면서 마무리되었다.


나는 지방사업장으로 입사를 했고, 결혼 후 서울로 이동해서 근무 중이다.

지방 발령이 나쁜 건 아니지만, 집 / 가족 등 생활 기반을 전체적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그것도 한 달 내에.....


'에이.. 진짜 보내기야 하겠어?'


라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옆팀의 누구가 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입사 때부터 생각해 왔지만, 이런 조직개편에 대해 대상자들에게 미리 공유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라도 줄 수 없는 건지.. 의문이다.


'다음 주부터 우리는 옆팀이랑 합치고, 나는 지방으로 갑니다. 그리고 B는 나랑 같이 가게 되었고,

C, D는 E팀으로 F는 G팀, H는 I팀으로 이동합니다.'


'응? 저는요?'


'김 차장은 이 팀에 남아야지, 그 팀은 여기 업무를 모르잖아?'

'저도.. 뭐 딱히 잘....?'. (나도 이 팀에 온 지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나의 고생길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우리 회사는 조직개편을 자주 하는 편이다.

CEO가 바뀌면, 본부장이 바뀌면 등등.. 리더십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한다.

그때마다 나의 자리는 어떻게 되는지, 나는 어디로 가야 될지 삼삼오오 모여서 고민을 공유한다.

너무 잦은 개편을 하다 보니, 어느 땐 연초부터 내년엔 어디로 이동할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소모이고 비효율적인 활동을 왜 지속하는지, 일개 사원인 나는 알 수가 없지만,

개편에 따른 피로감은 너무나 크다. (모두가 과거를 알 수 없는 상태로 새 출발 해야 되니까....)



그 와중에 '미리 알려줄 수 없는지', '왜 내가 이동해야 되는지?'와 같은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단호하다.


'인사는 명령이다.'


조직문화의 수평화를 늘 외치지만, 여전히 수직적인 명령을 유지하는 상황은

뭔가... 앞뒤가 맞진 않아 보인다.


외국계 회사를 주로 다닌 와이프는 나의 이런 상황에 의문을 갖는다.

'거긴 무슨 개편을 그렇게 자주 해?'


결국, 생각에 꼬리를 물다 '이직'이라는 5년 전부터 고민해 온 카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번엔 진짜라는 나의 다짐을 지켜보던 와이프는 이력서 한글자라도 쓰고 이야기하라는 말을 남겼다.


455번째 이직 다짐까진 실패했지만,

456번째 다짐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실행에 옮겨보자고 다짐해 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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