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미리 나눠 받는 나에 대해

뛸 듯이 기뻤던 적이 언제지?

by 아이스돌체라떼

넷플릭스를 돌리다 우연히 F1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쿠팡플레이로 중계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차들이 '위잉 위잉'달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백미는 역시 포디움 세리머니다.

우승을 한 드라이버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팀원들과 기쁨을 나눈다.


'아.... 난 언제 저렇게 행복했을까'


문득 과거를 돌아봤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내가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난 지금도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진심으로)


며칠을 가만히 생각해보다 보니,

나의 특징이 보였다.

나는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미리 자주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해 본다.

예를 들면 대학교 원서 접수 때는, '떨어지면..? , 붙으면...?'을 늘 생각하며 지냈다.

회사 진급 시즌에도 이미 '진급하면? , 못하면..?'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렇게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 보니,

그때 느껴야 할 감정들도 미리 나눠 받게 되어,

정작 실제 상황에서 느끼는 행복과 슬픔이 덜한 것 같다.


이는 나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습관일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어릴 적 기억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외부 자극에 대한 감정의 진폭이 적은 나는,

'침착함'이라는 장점을 획득하게 되었다.


'걱정(시뮬레이션)'들이 늘 나를 괴롭히지만,

이로 인한 침착함은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문득, 회사 면접에서 준비했던 단점 관련 질의가 생각난다. (장점 같은 단점이 필요했다.)

'저는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 걱정들은 업무를 더 꼼꼼하게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보니 걱정이랑 꼼꼼한 거랑 뭔 상관인가 싶다.


아무튼,

오늘은 감정을 나눠 받는 침착한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