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팀플레이 아닌가요?
요즘 점점 티비를 잘 안 보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는 와중,
챙겨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신인감독 김연경'
우연히 한번 보고 나서는,
그들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배구는 내 진영에 공을 떨어뜨리면 점수를 잃는 구조다.
6명이서 9x9미터의 우리 공간을 지키고, 상대편 공간에 공을 떨어뜨려야 점수를 얻는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다양한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
점수를 따는 공격수,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리베로와 블로커, 경기 흐름을 바꾸는 원포인트 서버,,
(아직 배구를 잘 몰라서 내가 아는 역할은 여기까지지만, 더 많은 역할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문득
본인의 주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까지 수행해야 경기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스파이크가 나한테 날아오는데
'어? 난 공격순데?'
하면서 피한다면 그 선수는 다음 경기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회사는 보통 팀단위로 움직인다.
그리고 실/부/본부 등등 상위 조직이 조금 더 큰 범위로 움직인다.
팀단위로 미션이 주어지고, 그 업무들을 각 담당자가 나눠서 수행한다.
팀에는 연차별로 적당한 인원들이 배분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감당 가능한 수준의 업무들을 하게 된다.
일을 하면서 선배는 본인의 노하우나 팁들을 후배들에게 공유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후배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열정, 신속함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로의 업무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빈자리는 자연스럽게 채운다.
몇 년이 지나 후배는 선배가 되고, 본인이 배운 노하우를 다시 전수한다.
팀의 노하우는 계속 쌓이고, 역량은 커진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의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 회사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우리 회사만 그럴 수도 있고, 나도 오래된 회사원임을 감안 부탁합니다.)
우선, 잦은 조직 개편으로 팀, 그리고 나의 역할이 자주 바뀐다.
연말이 되면 늘 조직개편을 한다. 가끔 안 하는 해는 '어? 왜 안 하지?' 라며 의아해한다.
개편이 끝나면 리더/팀의 변경이 생기고, 다시 거기에 적응한다.
팀의 업무를 정하고, 팀원 간 R&R을 정하고, 연간 목표를 설정한다.
새로운 팀원들과 적응하고,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이런 표현을 싫어하나?'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려나?'
'내가 조금 도와줄까?'
이러한 시간들도 불필요하고 소모적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서로 간의 신뢰가 부족해진다.
'내가 이걸 알려주면 내가 뒤처지지 않을까.., 내 뒤통수를 치진 않을까..'
'내년에도 같이 하려나..? 나는 여기 있을까..?'
어느 순간 결국, 내가 아는 것은 나만 알고 나만의 무기가 되길 바라는 나를 보게 된다.
팀보다 나를 앞에 두게 된다.
회사는 이러한 점을 당연히 알 텐데 왜 이런 식의 운영을 하는 걸까?
그리고 개인화가 더 강해졌다.
'상대방의 업무영역에 들어가는 것'과 '나의 업무영역에 상대가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
팀보다 나를 앞에 두다 보니 R&R에서 1cm만 벗어나도.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고 선을 그어버린다.
뭐,.. '그러니까 R&R을 정밀하게 짜면 되지 않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우리의 삶이 예상한 대로 되지 않듯이, 회사의 일도 마찬가지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역량을 발휘하라고 '팀'이라는 조직구조가 발전하지 않았을까..?
물론 나도 그레이 영역 업무를 할 때면,
'아.. 왜 하필 나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무언가 가르쳐 줄 때면,
'알려줘도 될까...' 멈칫한다.
그가 이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배구이야기로 돌아와서
배구경기에서 선수들은 1/6만큼의 영역만 책임지지 않는다.
어떤 선수는 2/6을 커버하기도 하고, 어떤 선수는 수비보다는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결국 내가 한발 더 뛴다는 마음과
그럴 거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기반이 되어야
한 경기, 한 포인트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일요일 저녁이다 보니,
가기 싫은 회사와 금요일에 던지고 나온 일생각이 슬슬 나고,
오늘 밤에 볼 원더독스 기대감이 겹쳐지면서,
약간 센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