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차장님과 커피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대리 이야기가 나왔다.
'김대리 알지? 일을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
'왜요?'
'아니,, 일을 조금 이상하게 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저것 조금씩 부족한 점들이 있었다. (메일 매너,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등..)
'치장님이 좀 가르쳐주세요'
'내가....? 서로 기분만 나쁘지 않을까?'
사원/대리 시절 좌충우돌 업무를 배워온 나는
후배에게는 일을 잘 가르쳐주겠노라고 다짐하곤 했다.
✔️ 지금 돌아보면 오늘의 나는 그 시절 선배님들이 잘 가르쳐 주신 덕에 사람 구실하며 돈 벌고 있다.
나는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면서 후배와 같은 파트/업무를 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그녀에게 '일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먼저 물어본다.
물어보는 이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싶지 않아서'이다.
내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내 시간을 쪼개어 쏟아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서로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나는 박대리의 메일을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메일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무슨 요청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수신인에게는 따로 설명을 해 뒀다고 하니,
업무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흐음......
'박대리님, 흠.. 메일이 조금 많이 복잡해요. 대리님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다 쓰신 거 같은데,
참조에 팀장님들도 있잖아요? 뭐.. 자세히 보실 거 같진 않은데, 메일을 쓸 때는 가능한 받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써주셔야 돼요...'
나름 용기를 내어 조언을 해주었다. 다행히(?) 박대리님은 감사하다고 다음부터 참고하겠다고 답해줬다.
퇴근하는 버스에서 문득 요즘사람들이 일을 잘 못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원/대리 시절은 선배들이 일을 가르쳐주려고 열정적으로 노력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아.. 이거 기분 나쁘려나..', '괜히 나만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 '나도 뭐 잘하는 건 아닌데..'와 같은 오만가지 생각이 '조언하는 나'를 붙잡는다. 이렇게 1년, 2년 지나니 한창 필드에서 날아다녀야 할 친구들이 기본적인 업무매너로 자기 평판을 깎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 온 걸까? 어느 순간 서로의 업무 영역/스타일에 침범하지 않기로 합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열을 내도 딱히 바뀌는 건 없고 내 기분만 상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정리가 된 것 같다.
아니면 경쟁이라는 시스템이 이 분위기를 만들었을까, 남보다 한 가지라도 잘나야 내가 성공하니까...
아 이건 너무 슬픈 이야기다.
아무튼, 이제 회사에서 조금 이상한 상황을 맞이해도 '아.. 좋은 선배를 못 만났나 보네'라고 웃어 넘기 긴
역시, 어렵겠다. 헤헷
하지만 '나라도 먼저 손 내밀고 잘 알려줘야지'라고 다짐하며 슬픈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해 본다.
일요일 저녁이라 출근걱정에 좀 센치해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