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이야기 (5)
어느 여름날이었다. 퇴근을 하는데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소파에 누었다. 고양이가 배 위로 올라와서 그릉거린다.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보드랍다. 행복했다. 참 오랜만의 행복감이었다. 어릴 때는 행복이 어떤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나이가 든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은 어떤 이벤트가 아니라 ‘상태‘다. 여름날의 늦게 지는 해. 퇴근 후 맥주 한 잔. 정겨운 친구들. 아침의 시원한 공기. 그 모든 상태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또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굳이 어떤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어릴 때의 행복한 기억들이 많을수록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내일모레면 딸이 태어난다. 우리 아이에게 행복한 기억을 많이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행복감을 느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나처럼 너무 아프지 않고, 적당히 그 나이에 감당할 수 있는 아픔만 겪게 하고 싶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나도 정확하게 설명은 못하겠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참 불운이 많은 인생이었다. 그래도 그만큼 감사한 것도 많은 삶이다. 운이 좋게 너무 늦지 않게 취업을 했다. 그리고 나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과 함께 하면서 많이 성장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아내는 정말 주어진 것 없는 내 삶에 유일하게 운으로 주어진 사람이다. 내가 잘나서도, 노력해서도 아닌 순수하게 하늘이 주신 사람이다. 그래서 늘 감사하다. 그녀를 통해서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녀가 좋은 엄마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에 부족하지 않게 나도 노력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내 삶의 모든 결정이 우리 아이를 위한 결정이 되도록 할 것이다.
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참 오랜만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