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조

by 한량돈오

헌법 제11조는 다음과 같다.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1) 헌법 제11조는 평등권을 보장하고 평등원칙을 규정한다. 평등권은 개인의 주관적 공권으로서 국가가 부당하게 차별 대우를 하지 못하게 함은 물론 국가에 대해 평등한 처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평등원칙은 국가와 사회의 책무로서 모든 시민이 기회․참여․결과의 영역에서 평등하도록 법을 통해 보장해야 한다. 이 규정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는 헌법전문을 구체화한 것이다.


2) 평등 이념은 역사적으로 발전했다.

① 근대에서 평등 이념이 국가의 근본원리로 확립한 것은 기독교 교리와 근대 합리주의 자연법사상의 공적이다. 이때의 평등은 중세의 신분상 특권을 부인하는 형식적․추상적 평등이다.

② 존재론적 평등 원리에서 인간은, 인간이라는 자격에서 볼 때 필연적으로 평등하므로 역사적․사회적 조건과 무관하게 사람은 본질적으로 평등하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도덕적 인간을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목적으로 취급하라는 무조건적 의무의 형태로 나타나는 칸트 전통에 근거한다.

③ 기회의 평등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성공은 열려 있다는 의미로서 프랑스혁명에서 등장한다. 평등은 교육과 취업을 통해 이루는 개인의 성취와 만족 수단들에 대한 접근의 평등을 의미한다. 독일에서 사회적 법치국가에서도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수단으로써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을 담보하지 못하고 불평등으로 발전하는 것이 역설이다. 예를 들면, 영국 교육체계에서 시험을 통한 경쟁은 기존의 불평등을 감소하기보다 그것을 강화하고 심화했다. 이 역시 개인주의 교의와 부합한다. 한국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④ 결과의 평등은 평등이 성취, 업적 또는 다른 특별한 상황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함으로써 사회체계에 대한 공헌에 상관없이 부를 평등하게 재분배한다. 여기에서 평등은 모든 다른 가능한 가치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가치다. 오늘날 결과의 평등에 가장 근접한 제도는 보통선거 제도다. 다만, 선거권을 인정하는 나이인 18세를 더 낮춰야 한다.


3) 헌법은 차별금지사유로서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을 예시하고 있지만, 성적 정체성․성적 지향․학력․정치적 의견․나이 등 어떠한 사유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된다.

법률에서 가장 많이 예시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규정하고 있다.


4)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에 관한 상황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헌재 1991. 2. 11. 90헌바17등).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실질적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일정한 경우에는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상대적 평등 원리를 실질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종래에 불리한 입장이던 집단에 대해 우선적 처우(preferential treatment)나 적극적 행위(affirmative action)를 함으로써 사실상 평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일련의 조치를 의미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발전했다.


5)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평등의 원칙 때문에 시행할 수 없다는 결과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평등의 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와도 어긋난다(헌재 1991. 2. 11. 90헌가27).


6)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 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개념 정의한다.

반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안)’에서 장애를, “장·단기간 혹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신체적·정신적 손상, 기능 상실, 질병 등이 사회적 태도나 문화적, 물리적 장벽으로 인하여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가져오는 상태”로 정의한다.

후자의 경우 장애의 원인은 장애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사회 또는 국가에 있다.

차별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지 않으므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접근방법은 여성, 노동자, 아동, 노인 등 다른 인권 주체에도 타당하다. 인권은 개인의 권리에 머물지 않고 이렇게 연결된다. 그 해법 또한 사회 또는 국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즉 민주시민의 공동 노력에 달려 있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그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있어야 하고, 법을 넘어 정책과 관행까지 확장해야 한다.


7) 사회적 특수계급을 부인하고 그것의 창설을 금지한 조항은 과거의 신분 계급을 부정함과 아울러 실질적으로도 특권을 가지거나 누리는 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평등 이념을 구체화한 규정이다.

훈장 등의 영전이 당사자 이외에 확장되지 않도록 하고 그에 따르는 특권을 금지한 조항도 평등 이념을 구체적으로 예시한 규정이다.


8) 차별금지는 간접차별에도 해당한다. 간접차별은 ① 다수의 집단에 동일 기준을 적용하지만, ② 사회적 고정관념․관행․제도․사실상의 차이 때문에, ③ 결과적으로 불평등한 경우다(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25, 1175쪽).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주가 채용 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차별로 정의한 것(법 제2조 제1호 참조)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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