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관점에서 헌법의 이해

by 한량돈오

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근거법


1) 헌법은 권력의 집행 기준이자 그 한계를 정하는 “기본적 인권”(헌법 제10조 제2문)의 법이다.

2) ‘인간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 제1문)를 훼손하거나 기본적 인권의 ‘본질적 내용’(헌법 제37조 제2항)을 침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력의 행사를 금지한다.

3) ‘사람(인간)’이라는 점밖에는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의 권리가 어떠한 권력에 의해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들이 국민이다.

4) 시민은 헌법을 말하고 결정함으로써 주권자가 된다. 권력에 복종하지 않고 권력에 명령하는 사람이 주권자 국민이다.


나. 국가범죄를 단죄하는 근거법


1) 헌법은 불법의 권력자를 단죄하는 ‘국가범죄 처벌법’이다. 기존의 헌법이 새로운 헌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불법 권력에 대한 심판은 당연하다. 이른바 ‘실패한 쿠데타’는 헌법 내란 등의 죄로 형법에 따라 처벌한다.

2) 이른바 ‘성공한 쿠데타’의 경우 쿠데타 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동안 형법은 침묵한다. 그러나 주권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기준 삼아 심판을 벼른다. 마침내 일정한 시점에서 주권자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면서 ‘비록 성공했지만 쿠데타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권을 발동한다. 역사적 평가란 헌법적 심판이다. 전두환․노태우는 헌법의 법정, 그러나 미완의 법정에서 처벌받았다.

3) 헌정사는 과거의 헌법침해와 현재의 헌법현실에 대한 반성의 의미에서 과거 청산의 역사적 기록이다.

4) 국가범죄는 대량 학살, 고문․도청 등 형법상 범죄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간 권력 악용의 부정부패(예를 들면, 이명박 정권의 노조파괴 공작 사건,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와 회복 불능의 중대한 정책 범죄(예를 들면, 이명박 정권의 4대 강 사업)를 포함한다.


다. 불법적 과거를 청산하는 근거법


1) 헌법은 기존의 헌법질서를 끊임없이 여과하여 새로 써나가는 과거 청산법이다.

2) 헌법 부칙 제5조와 같은 조항을 필수적으로 두고 있기 마련이다. 즉,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

3) 과거의 불법적 헌법 또는 헌법적 불법은 새로운 헌법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


라. 국가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근거법


1) 헌법은 민주적으로 국가권력을 구성하고 조직하며 통제함으로써 권력과 폭력을 구별하는 판별법이다.

2) 헌법은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헌법 제40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심판할 수 있게 한다(헌법 제111조 제1항 참조). 헌법재판소의 권한도 헌법에서 나온 것이다.

3) 국가가 물리력을 독점할 수 있는 합법성은 헌법으로부터 나온다. 동시에 국가권력은 항상 정당성의 물음에 직면한다. 정당성과 합법성을 갖춘 헌법이 민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 조직 체제는 범죄 조직이다.


마. 국가에서 최고의 위상을 가진 법규범


1) 헌법은 법률을 비롯한 다른 법보다 상위의 법으로서 최고의 법규범이다.

2) 높은 위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법규범의 위계 구조는 ‘헌법 - 법률(시행령) - 조례’의 순이지만, 인권 보장의 기준점은 그 역순이다. 모든 하위법규범은 최고법규범인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하므로 법률(시행령)로써 조례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그 한도 내에서 효력이 제한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의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에 적합하게 법령을 해석해야 하며, 하위법규범은 상위법규범의 기준을 넘어서는 한에서 헌법에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헌법은 ‘인/민’(人/民)들이 계속 써나가는 혁신의 법이다. 성문헌법은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의 여백을 담고 있다. 인간은 제도를 통해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고, 공유된 의미의 창을 통해 세계와 자신을 인식한다. 제도는 서로 연계하여 사회적 공동체를 지지해 하나의 ‘레짐’(regime)을 만든다.


바. 국가 단위에서 지구적 정의(正義)를 담보하는 근거법


1) 오늘날 지구의 문제점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의 양자택일 또는 양자가 양립하는 ‘국가 간 평화체제’가 아니다. 양자의 차이점이 무엇이든 둘 다 산업적 진보를 지향하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 성장의 개발주의는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계 붕괴에 대해 다른 어떤 원인보다 가장 큰 원인이다.

2) 토머스 베리(Thomas Berry)는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려는, 즉 ‘진보’하려는 그 헌신이 오히려 지구의 기본 생명 체계를 붕괴시켰다는 것은 엄청난 아이러니라고 진단한다(Berry, 2013: 15). 새로운 헌법이념은 이른바 산업적 진보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3) 헌법의 과제를 지구 차원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구 위 모든 존재가 삶의 모태로 삼고 있는 지구를 사유화(私有化)하려는 자본의 공세에 맞서 이를 공존의 터전으로 회복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사. 민주시민이 담지하는 헌법의 혁신적 정의(正義)


1) 아이리스 영(Iris Young)은 과거의 불법을 단순히 교정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수준의 정의를 넘어, 그러한 불법과 부정의를 일으킨 사회구조를 전체적으로 혁신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연결모델에 기초하여 정치적 책임을 말한다.

2) 우리가 속한 제도가 부정의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거나 혹은 그런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시민들과 함께 그 제도에 반대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 그리고 제도를 변화시켜 더 나은 결과를 내도록 함께 행동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 정치적 책임은 미래지향적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치적이라는 점을 함축한다.

3) 민주시민은 항구적인 불침번으로서 폭력을 초래한 정치와 국가구조를 영구적으로 혁신함으로써 과거 청산을 정치의 일상적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4) 집행권․사법권․입법권의 국가권력 그리고 언론 권력과 자본 권력에 저항하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권력 자체를 ‘인/민’에게 복무․응답하는 관계로 교체․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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