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정태학(靜態學)과 동역학(動力學)

by 한량돈오

가. 헌법의 정태학(靜態學)


1) 개헌 논의에서 정부형태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정부형태는 어떤 특정 시대에서 한 국가의 정부를 형성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적․제도적․사회적 질서의 총합체(總合體)다.


2) 정부형태의 본질 요소는 정당성의 원리, 제도의 구조, 정당제도, 국가형태와 그 역할 등이다. 여러 정치세력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토론하고 타협한 결과다.


3) 대통령제는 집행부와 입법부를 엄격하게 분립함으로써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집행부 안정을 꾀하는 정부형태다.


4) 대통령제에서는 ①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기 동안 재직하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 ② 집행부는 일원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이고 집행부 수반이다. 미국의 대통령제에서 부통령은 대통령의 궐위(부재) 시에 국정의 계속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지위를 승계하는 지위를 가진다. 각료회의(국무회의)도 대통령의 보좌기관 또는 자문기관에 불과하다. ③ 대통령과 의회는 상호 독립적이다. 의회와 무관하게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집행부가 구성되어 존속한다. 집행부 수반인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대통령이 집행부를 조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임기 동안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의회 의원과 집행부 구성원은 겸직할 수 없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이나 집행부 구성원의 의회 출석·발언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④ 입법부와 집행부는 상호억제와 균형 관계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 측에서는 대통령이 의회에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지지 않고,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실현한다. 의회 측에서는 양원제, 입법권의 독점, 집행부 고위공무원 임명에 대한 동의, 국정감사·조사, 집행부 구성원에 대한 탄핵소추 등으로 실현한다.


5) 이상적인 정부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내각제든 대통령제든 민주주의가 비교적 성공한 나라의 배경은 유사하다. 헌법적 변화를 모색할 때 정부형태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대의․참여․심의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인권 보장을 목표로 여러 헌법 제도를 정비한 뒤 국가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국가체제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6) 칼 뢰벤슈타인(Karl Loewenstein)은 헌법을 옷에 비유했다. 그는 헌법 현실의 측면에서 헌법 규범을 평가했다. 존 로크(John Locke)의 규범적 명제가 헌법 규범과 헌법 현실에서 준수되고 있는가를 측정한다. 로크는 “법은 옷과 같아야 한다. 그들이 봉사해야 할 사람 몸에 꼭 맞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법을 옷에 비유했다. ‘만들어야 한다’라는 점에서 그의 말은 입법자에게 당위다. 헌법을 분류할 때, 헌법 조항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헌법이 실질적으로 규범력을 발휘하여 그 사회에서 준수되고 있는지를 중시했다.


7)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현실의 권력 과정을 규율함으로써 실효성(實效性)을 발휘하고 있는 헌법이 규범적(normative) 헌법이다. 이는 몸에 꼭 맞는 옷과 같다.


8) 형식적으로 성문헌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규범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헌법은 명목적(nominal) 헌법이다. 옷이 너무 커서 몸이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다.


9) 권력의 민주적 구성 및 권력 제한 규범으로서 헌법의 의미를 상실한 채 권력자의 지배를 유지하는 단순한 장식물(accessory)에 불과한 헌법은 의미론적(semantic) 헌법에 불과하다. 이는 옷이 아니라 장식물이다.


나. 헌법의 동역학(動力學)


1) 헌법 이념과 헌법 규범은 생성․성장․소멸의 자연사(自然史)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헌법은 지배 권력의 속박 때문에 억압당하는 존재들의 해방을 지향한다.


2) 헌법 체제의 이행(移行)은 낡은 체제와 갈등과 투쟁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성 헌법은 다시 새로운 해방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한계로 작동하기도 했지만, 헌법의 역사적 해방 이념은 새로운 헌법체제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 의지와 실천의 동력을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3) 정의는 사후적(事後的)으로 실현되는 일이 다반사다. 다만, 사후적 정의와 지연된 정의는 다르다. 법관은 사건들 진행 후 판결의 누적과 축적을 통해 판례를 형성한다. 서둘러야 미래의 정의를 소급하는 일이고, 늦으면 정의를 늦추는 걸림돌이다.


* 이미지 라이선스: 韓国ソウル 景福宮の俯瞰風景, 제작자 metamorworks, 치수 5200 x 2925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여행, 라이선스 유형 표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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