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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체성 Dec 03. 2019

기억하고 싶은 색감

베니스 비엔날레 최연소 참여 작가 문성식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했다. 그리고 약간의 행복감을 느꼈다. 유영국 작가의 색감 후로 '색'에 반했던 전시. 그림이 주는 따스함은 어마했고, 캔버스에 그 색 조합을 바로 옮기고 싶었다. 물론 단번에 올라간 색이 절대 문성식 작가의 작품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이번 연작은 단순 페인팅으로 작업된 것이 아닌 독특한 스크래치 기법을 이용했다. 거기에 물감이 (꽃에 물들듯) 1차 작업된 재료에 물들듯이 작업했다)


문성식 작가의 작품은 들여다볼수록 재밌는데, 그의 그림엔 현실적인 요소가 담겨있고 시간의 흐름까지 표현하고 있다. 가령 나방과 나비가 공존한다든가, 굼벵이가 기어다닌다든가.


25살이란 어린 나이에 베니스 비엔날레로 이름을 떨친 그 이력은 작가의 고충 지점이었다. 고통과 부담감을 감내해야했고 그럴 수록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눈 떠 있는 시간 동안 계속 그려나갔다. 그렇게 1년이 넘은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장미 넝쿨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그 고독한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따스하다.


문성식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바자 포트레이트 작업 때였다. 호랑이 같은 선배가 맡았던 프로젝트 기획을 깔끔하게 재구성하고 정리해 기획안으로 프린트를 했었는데, 지금보다 더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난 그의 이름 석자를 그 기획에서 처음 들었다. 그리고 그 기획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책이 나오고는 천우희, 김옥빈, 윤여정, 임수정, 정은채 이 다섯 배우의 포트레이트가 걸린 커버 다섯권을 집에 고이 모셔왔다.

그 작업 후 잊고 있던 작가 고유의 따뜻함을 이번 전시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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