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직]어른이라는 이름의 아이들 : 여전히 어른이

마흔 후반, 인생 폼은 여전히 ‘연습 중’

by 이음

1. "야, 너 폼이 그게 뭐야!"

​퇴근 후 땀 냄새 가득한 골프 연습장에서 서로의 엉성한 스윙을 보며 배를 잡고 웃던 대리 시절이 있었다.

S대 대학원을 나온 똑똑한 수재였지만, 댄스 동호회에서 스텝을 밟으며 인생을 즐길 줄 알던 멋진 동료.

그 시절 우리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선배들을 보며 "우리는 마흔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해지겠지?"라고 막연한 확신을 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에 우리 회사로 업무차 찾아왔다.

이제는 대기업 감사팀에서 날 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베테랑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와 저녁 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순식간에 그 시절 '리즈 시절'로 소환되었다.


2. 엘리트 코스의 유효기간 : 주재원이라는 훈장과 사라진 성공 공식사이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커리어의 '부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최근 미국 주재원을 마치고 본사로 복귀하며 적잖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우리 세대에게 주재원은 '엘리트 코스'의 상징이자 성공이 보장된 훈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젊은 직원들은 이제 미래의 불확실한 보상보다 현재의 '커리어 개발'과 '이직 경쟁력'에 더 민감하다.

고생해서 다녀와도 내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주재원보다는, 지금 당장 내 몸값을 높이는 길을 택한다.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돌아왔을 때 후배들이 팀장·실장이 되어 있는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의 줄타기.

​동료 역시 고향 같던 IT 조직 대신, 다른 조직의 그룹장(팀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택해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성장이냐 안정이냐, 그 영원한 숙제는 마흔 후반이 되어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3. '뒤땅'을 쳐도 끝까지 18홀을 함께 돌 친구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깨달았다.

마흔 후반, 사회적으로는 '전문가'라 불리며 누군가를 감사(Audit)하고 리드하는 위치에 서 있지만, 우리 속에는 여전히 정답을 몰라 비틀거리는 소년이 공존한다는 것을.

​어쩌면 인생은 완벽한 스윙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엉망인 폼으로 '뒤땅'을 치고 '슬라이스'를 내면서도 끝까지 함께 18홀을 돌아줄 친구를 만드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뻔한 자기 계발서의 조언보다 "야, 사실 나도 그래"라는 친구의 투박한 한마디가 훨씬 더 큰 '이음'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퇴근 후 맥주 한잔을 하면서 확인했다.


4. 다시, 일상의 필드로

​한 달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그저 소소한 일기처럼 보이겠지만, 이 '어른이들의 고민'이 나와 당신의 삶을 잇는 작은 주파수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골프 폼은 조금 늘었을지 몰라도 인생 폼은 여전히 교정 중인 우리들. 하지만 괜찮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함께 고민할 동료가 있고, 돌아가 챙겨야 할 가족의 온기가 있다면 우리는 내일도 기꺼이 일상이라는 필드로 나갈 수 있으니까.

[이음의 한 줄]

​"성공 공식이 사라진 시대,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화려한 훈장이 아니라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한 동료의 존재입니다.

인생이라는 라운딩은 결국, 스코어보다 누구와 함께 걷느냐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