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루이스 브르주아를 만나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넸지만
사실 그 말은
나에게 더 필요한 말이었다.
회사에서의 갈등은
관계의 거리 두기를,
아이와의 대화는
워킹맘인 나를 위로하는 법을,
그리고 오늘 본 작품들은
내 안의 감정에 말을 걸어왔다.
호암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장거리 여행 같다.
도심에서 한 시간 남짓,
사계절과 자연을 지나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도착하는 곳.
푸르렀던 풍경은
어느새 가을빛 자수로 가득 차 있고
그 길 끝에서
루이스 브르주아의 세계로 들어섰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작품은
위태롭게 매달린 ‘커플’.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버려졌다는 기억은
그녀에게 평생
버려짐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남겼다고 한다.
작품들 속에는
사랑받고 싶은 열망,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칫하면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빠질 수도 있었을 감정들을
예술로 끌어올린 그녀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난해할 수 있는 작품들 앞에서
나는 자꾸 의미를 찾고 싶어졌다.
이해하고 싶어졌다.
아마도
내 안에도
그와 비슷한 감정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말이 오래 남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다.
개념도 아니다.
내가 재현하고 싶은 것은 감정이다.
갈망하고, 내어주고, 파괴하려는 감정.”
가을과 함께 찾아온
내 마음의 공허함을
조용히 채워주는 말이었다.
오늘은
내 안의 감정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보려 한다.
- 11.13 늦가을 호암미술관을 다녀온 후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