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섬세하게 이어가는 길
2025년 3월 시작. 을 목표로 하고 가장 크게 한 고민은 어떤 출판사가 되어야할까. 라는 것이었다.
완성된 원고를 받아 빠르게 책을 찍어내고, 정해진 유통망을 타고 독자에게 닿는 방식.
그 길은 이음서가가 꿈꾸는 출판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는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손이 많이 가고, 더 자주 소통하는 길을 택했다.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느슨한 시간과, 열린 틈에서야 비로소 우리가 찾고 싶은 목소리들이 들려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서로를 비추는 곳,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그런 출판사가 되고 싶었다.
곧 이음서가에서 시작될 책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로 도착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기 안에 오래 묻어둔 문장들을 불쑥 내밀고,
누군가는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한참을 서성인다.
그럴 때 이음서가는 기다리는 출판사가 되기로 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 사이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작가와 함께 한 문장씩 맞춰가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 그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곳도 한 곳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원고가 아닌 ‘목소리’를 받는다.
형태가 갖춰지기 전의 감각, 아직 언어로 붙잡히지 않은 세계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기성 출판 시스템은 이미 정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떤 글이 책이 될 수 있고, 어떤 포맷이 시장에서 통하는지, 어떤 흐름을 따라야 안전한지.
하지만 이음서가는 정해진 답보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길을 찾는 방식에 더 마음이 간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원고를 받고 편집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이유다.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그 말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야 할지,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숨겨둘지, 텍스트뿐 아니라 직접 마주 앉아 묻고, 듣고, 함께 찾는다. 빠른 출간보다 긴 호흡을 택하는 이유.
그리고 그 긴 호흡 덕분에, 우리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한 사람을,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까지 함께 기억하게 된다.
이음서가는 그런 출판사가 되고 싶다.
비효율적이어도, 조금 느려도, 그 느림이 지켜내는 가치들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