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들의 비(碑)

서평

by 지구 사는 까만별




(# 이 글은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라나고서 동화를 다시 읽으면, 더 이상 동화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꼬마들끼리 동굴로 모험서를 떠나는 동안 남은 가족이 느꼈을 쓸쓸함과, 숲 속에서 여우와 두루미가 함께 식사를 하는 기이함. 약육강식을 직면한 채 소중한 것을 지키는 어른에게 동화는 비현실적이기도, 너무도 어린이 중심이라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이상 어른들은 어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동화는 성인들을 위한 소설보다 높은 장벽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기 기차 여행을 떠난 두 소년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자신을 놀리지 않는 유일한 친구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 기차는 하늘로 올라가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정거장들을 지나갑니다. 억새가 바람에 흩날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질척이는 바퀴 같던 소년의 삶은 하늘처럼 반짝입니다.


그런데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옆자리에 친구가 없습니다. 눈을 떠보니 소년의 곁에는 풀들과 하늘만이 있습니다. 소년은 일어나 급히 마을로 가봅니다. 유일한 친구는 질척이는 바퀴보다 더 깊은 강물 속을 헤매고 있다며, 친구의 아버지가 강물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소년은 친구가 강물 속에 가라앉는 게 아니라 하늘 위로 날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친구의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의 가족에게 이 이야기는 동화가 될 수가 없습니다. 가장 기쁜 은하 축제날 사랑스러운 자식이 강물에 빠져 죽다니요. 은하를 기념하는 날에 자식이 강바닥을 헤맨다고 생각한다면 이 가족은 평생 은하축제를 이전처럼 즐길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동화입니다.


다른 사유로 은하 축제를 즐길 수 없는 두 소년이 진짜 은하를 향해 위로 위로 여행을 떠납니다. 부업을 하느라 날 수 없는 주인공과 강물에 휩쓸려 날 수 없는 두 소년만이 이 마을에서 진짜 은하를 만나는 거죠. 학교에서는 아는 척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열차에 올라서야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가고 싶다는 고백과 함께 가면 안 된다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이 지나가는 기찻길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주인공은 마을에 의해 빨리 어른이 되도록 강요받아왔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없다는 이유로 학급에서 무시를 받았고, 주인공이 가장이 되어 축제날에도 배달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 소년에게 친구와 함께 떠났던 은하철도 여행은, 어린이임에도 동화를 펼칠 수 없었던 주인공이 다시 아이처럼 행동하게 해 줍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버지가 배를 타고 돌아온 날, 소년의 친구는 기차를 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소년은 수많은 어른들처럼 더 이상 어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소년의 동화는 은하처럼, 은하 속의 친구처럼 닿을 수 없기에 동화로서 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