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참 좋다

서평

by 지구 사는 까만별




부족한 사람인지라, 명찰에 달린 것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었다. 고소득자가 아니면 똑똑하지 못할 거라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요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고매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방송국 드라마 pd라는 명찰도 마찬가지였다. 똑똑하겠지만 왜인지 깐깐할 거 같고, 우리랑은 좀 멀 것 같은 존재.

'대단한 분' 같다는 생각이 인물을 차갑고 아득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의도는 생각보다 넓은 곳이었다.

이 글은 가장 좁은 편집실에서 가장 넓은 세상을 송출하는 바다 같은 반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pd님은 우리와 닮았다.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하고, 집에선 아내와 유쾌하게 지내기도 한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놀랍도록 쉽고 즐겁게 읽힌다.

남을 웃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생각해보면, 차갑고 아득한 분은 아니지만 대단한 분은 맞다. 그 마저도 웃음으로 덮어버리려고 하는 따뜻함이 이 책과 작가님의 매력이다.


그런 따뜻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쥬라기 공원을 보고 온 아들에게 공룡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목마를 태워 긴 그림자를 만들어준 아버지와,

주민들의 추천으로 아파트 동대표가 된 어머니와,

연출한 드라마 평가가 좋지 않아서 마음이 바닥에 닿았을 때 위로해주던 사람들.

공룡의 멸종과 주변의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과 부진한 실적 같은 적절한 절망들을 주위의 사람으로 극복한다.


그리고서는 그동안 받아온 따뜻함을 타인과 함께한다.

어학연수 가서 힘들고 외로웠을 때, 노숙자와 친구가 되어 각자의 사유로 힘든 세상을 함께 바라보기도 하고,

조명이 은은한 밤, 잠든 딸아이를 업고 공룡과 아버지의 그림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책.'

책장을 덮고서 다시금 표지의 글귀를 바라본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온기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닐지 모른다.'라는 책 속 글귀처럼

사람은 함께 하기 때문에 힘이 되는 대상이다. 공룡의 멸종부터 훨씬 더 큰 슬픔들까지, 세상의 고난을 쓰다듬어주는 건 연약한 타인들이었다. 자신들에게는 약하면서 타인에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당신들이 있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