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2 Hz에서 인생을 회고합니다.

by 지구 사는 까만별




이른 아침,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배웅하기까지 우리 가족은 거대한 타악기가 된다. 눈 비비는 소리, 몸에 물이 닿는 소리, 저벅저벅 식탁으로 걸어오는 소리. 숟가락과 식기가 작게 달그락 거리고 외투가 손에서 바스락거리다, 잘 다녀와라는 소리와 구두굽 소리로 아침의 교향곡이 막을 내린다. 타악기 둘이 사라진 우리 집.

포르르 포르르 창밖의 새소리만 들리는 빈 회당에서 쪼르르 커피를 내려 호젓함을 마신다. 찻잔을 식탁에 놓는 순간부터 피아노 변주곡이 시작된다.



잔에 비친 맑은 하늘을 마시며 생각한다. 지금 거실에 흘러나오고 있는 캐논의 변주곡처럼 난 우아하게 살아왔을까? 오늘 만들어낸 음악은 캐논변주곡치고는 너무 분주했지만, 캐논 변주곡을 사랑하듯이 내가 연주한 오늘 하루를 사랑한다. 그리고 동경하는 음악들 위에서 여태까지 연주한 탭댄스를 추억한다. 젊은 날에 시끄럽게 뛰어다녔지만, 구두가 내던 리듬이 없었다면, 캐논 변주곡 위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평안함은 없었을 것이기에... 오늘은 내가 발을 굴러왔던 선율들을 고백한다.



어린 시절 친오빠가 기타로 즐겨 부른 비틀즈를 어깨너머로 익힌 코드 위에서 수줍게 불러본 Bread의 if. Simon and Garfunkel의 가사 위에서 내 생각이 조금씩 자라났고, Scorpions가 들려준 세계 위에서 어른들의 넓은 세계를 조금씩 동경해 갔다. 어릴 적 남매들과 복닥거리던 시골 작은 방안에 자리하던 라디오와 두꺼운 올드팝송 악보집 덕분에, 나는 벽지와 함께 낡아가지 않았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이 흥얼거리던 'say you say me'. 그 멜로디를 떠올리며 등하교 버스를 탄 차창너머 꽃들의 표정이 달라짐을 발견하였다.



결혼 전 자기 앞가림을 하기 위해 달릴 때마다 나를 충전해 주었던 'Bred Dina Vida Vingar'은, 학창 시절부터 동경했던 문학과 좋아하던 과목인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자 뒤늦게 다시 걸었던 등굣길에서 울려 퍼졌다.


태교 할 때 엄마가 된다는 설렘으로 의자 위에서 흔들거리며 마음껏 들었던 클래식과, 아이를 낳고 미뤄둔 계절학기 모두 이수한 뒤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 올랐던 기차에서 들었던 'graduation tears'.

노오란 패딩점퍼를 입은 병아리 같은 아이와 남편의 손을 잡고 찾아간 88 올림픽공원과 방통대 영어영문학과 졸업식이 끝나고 다시 잡은 두 사람의 손을 기억한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지금. 노오란 병아리 같던 딸아이가 나보다 더 커져서 이런저런 새로운 곡들을 추천해 준다. 시골 작은 방안의 빛바랜 올드팝에서 출발한 탭댄스가 어느새 여기에 닿아 평온하게 놓아진다.

꿈이라기엔 과하게 동적이고, 현실이라기엔 거짓말처럼 행복한 일이 많았던 내 변주곡...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Roy orbison의 'in dreams' 위에서 살아가는 내 인생은 조금은 씁쓸한 가사와 무한히 행복한 음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아름다운 나날이었다.









https://youtu.be/Ptk_1Dc2iPY?si=hbkPRz4e-rzEw5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