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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작 Nov 12. 2024

미술관 속으로 들어온 거리 예술

어반아트와 삶의 정반합적 공명


도시 속 거리 예술, 어반아트: 틀을 벗어나기


어반아트란 도시 예술 또는 거리 예술이다. 흔히 벽화, 그라피티, 설치 예술 등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포괄하며, 도시의 풍경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뜻한다. 즉,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는 미술관 속의 작품이 아니라, 이에 도전하는 저항적이며 자유로운 관점의 작품이다.


이러한 어반아트가 미술관 속으로 들어왔다.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 전시는 거리의 자유로운 예술이 정형화된 미술관 공간으로 옮겨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거리 예술의 본질과 그 상업화, 그리고 미술관 안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을 통해, 어반아트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했다.


마치 삶이 기존 질서의 '정'을 부정하며 새로운 상태의 '반'의 질서를 제시하다가도, 이 세상 모든 물체들은 모순적 면모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것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상태인 '합'으로 나아가듯 말이다.



미술관 속에 담긴 거리의 저항 정신


이번 전시에는 어반아트의 대표 작가들이 참여하여 그들의 독특한 시선으로 전시를 빛냈다.


리처드 햄블턴의 쉐도우맨은 도시의 어두운 실루엣으로 현대사회의 불안을 그려낸다. 익명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어두운 그림자는 도시인들의 불안과 저항 정신을 상징하며, 무명의 힘이 주는 은밀한 반항을 느끼게 한다.



빌스의 분산 시리즈는 벽에 새겨진 인물들의 모습이 기존의 틀을 해체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틀 사이의 복잡한 갈등을 드러내며 변화와 재탄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뱅크시는 이번 전시에서 왜곡된 인어공주 에리얼과 훼손된 전화박스를 공개했다.


대중문화의 상업성을 비판하는 이 작품은 상업화된 예술이 어떻게 자유와 저항의 정신을 유지하려 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대중문화와 자본주의에 대한 아이러니를 에리얼의 형상을 통해 투영하면서도 자유로운 저항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반아트와 삶, 그 공명의 여정


어반아트는 거리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던 예술이 미술관에 입성하면서 상업화와 대중화 과정을 거친다. 기존의 틀에 반항하고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정반합의 과정 속에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선택하면서 말이다.


미술관 속으로 들어온 어반아트를 보며, 나의 삶 속에서도 기존 질서와 중심에 대한 저항과 자유, 그리고 새로운 질서와 중심을  찾는 과정을 떠올려 보았다. 저항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며, 그 속에서도 나만의 길을 모색하는 여정 말이다.


어반아트가 거리에서 미술관으로 이동하며 변화를 겪듯이 우리의 삶은 정해진 목적지가 아니며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나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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