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을 기다리는 마음

<조용히 걷는 생각들> (17)

by 이호준

어느 순간부터 바로 이거야라며 크게 만족하는 사진을 얻기 어려워졌다. 일 년에 한 장만이라도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찍고 싶은데 쉽지 않다. 촬영 기술은 늘었고 공부도 깊어졌지만 예전처럼 깊은 감동과 전율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래전 사진이 더 끌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순수’와 ‘초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세련됨과 깔끔함은 더해졌지만 처음 카메라를 들던 때의 거친 열정과 숨결은 옅어진 듯하다.


슬럼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사진을 찍는 일이 예전보다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전시나 공개를 의식하지 않고 조용히 카메라를 드는 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나를 다시 깨우기 위한 사진을 찍는 일.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자주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 그렇게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사진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을 믿으며 오늘도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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