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

셔터 스피드, 조리개, ISO

by 이호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어려운 조작 없이 손쉽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자동 모드 등 간단한 설정만으로도 전문가 못지않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록 매체가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바뀌었을 뿐, 사진이 ‘찍히는’ 과정은 여전히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진 생활의 지속성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두고두고 사진 생활을 즐기기 위한 사람이라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진을 ‘빛의 예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빛이 없으면 사진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빛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렌즈를 통과해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에 피사체의 형상과 색상을 구현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빛의 양인데, 카메라로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인 노출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노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에서부터 사진 생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그러면 과연 적정 노출은 어떻게 측정하고 조절하는가?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여러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셔터, 조리개, ISO가 대표적이다. 이 셋을 조합해 적정한 노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이앵글 법칙이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두 노출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셔터 속도는 빛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한다. 카메라에 표시된 숫자가 클수록 셔터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빛은 적게 들어온다. 조리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역시 숫자가 클수록 빛은 적게 들어온다. 이처럼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광량이 적어지는 것은 카메라에 표시된 셔터와 조리개 수치가 원래 분수지만, 편의상 분모에 해당되는 숫자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SO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필름 카메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필름의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디지털카메라는 전자 장치를 이용해 빛을 증폭하고 민감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촬영 전에 자동이나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 스스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수치를 적절히 조합해 적정한 노출값을 구해 자동으로 촬영해준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이렇게 카메라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데 굳이 트라이앵글 법칙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장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말고도 사진의 표현력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셔터 속도를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뒷배경은 흐릿하지만 인물은 또렷하게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조리개는 사진에서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사진 용어로 심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만으로 광량의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즉 어두운 실내처럼 빛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ISO값을 높여 인위적으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ISO값을 높이면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요한 건 이 세 장치를 주변의 노출 상황과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중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하나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춘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그러면 노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리개를 좀 더 개방하거나 ISO값을 높여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얼굴만 강조하고 뒷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조리개를 충분히 개방해야 하는데, 이때는 과다 노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광량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동작의 강조 또는 배경화면의 처리 등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셔터 속도나 조리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진의 표현력과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성능의 자동 노출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카메라가 대세인 시대에 사진 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을 모른다 해도, 사진을 찍는데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노출의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응시할 때 셔터, 조리개, ISO의 수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그날이 바로 초보 사진가를 졸업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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