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도록 소통한다.” 어느 철학자의 말이다.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통의 방법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선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끼리도 연결되고 통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소통은 상대가 전제돼야 한다. 나와 상대방이 막힘없이 통하는 상태를 원활한 소통이라 부른다. 소통의 내용은 의견과 생각이다. 그런데 과연 소통 전성시대에 걸맞게, 세상은 잘 통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24시간 내내 SNS로 연결되어 언제 어디서든 생각과 의견, 정보를 나눌 수 있지만, 이해와 공감의 폭과 깊이는 과거만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통의 역설!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소통을 외치는 이유가 있었다. 소통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하면 굳이 소통, 소통! 외칠 필요도 없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토론 문화의 실종, 우리 편에게만 향하는 대화, 부지불식간에 작동하는 편향적 알고리즘이 소통의 역설을 불러온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