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준 Dec 27. 2023

추억의 우편함

<SW중심사회> 2023.12

학창 시절 연애편지를 쓰던 때가 있었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우편함을 열었다 닫았다, 손을 넣었다 뺐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편함은 기다림, 희망, 간절함, 애틋함 등 온갖 감정이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였다. 사랑을 속삭이고 합격 소식을 기다리며, 경조사를 접하는 소통 공간이었다. 그런데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다양한 소통 매체의 등장으로 우편함의 기능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고지서나 관공서의 알림장 또는 상업적 홍보물처럼 기다림과는 거리가 있는 우편물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우편함의 낭만은 이제 추억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도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여전히 우편함이 눈에 들어온다. 이국적인 디자인, 손으로 멋들어지게 만든 우편함도 자주 보인다. 아직 사람들의 마음속엔 손 편지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나 보다. 장식품으로 전락했지만, 언젠가 정겨운 소식이 우편함에 도착할 거라는 애틋한 기대감이 있나 보다. 오늘도 우편배달부가 기다리던 소식을 들고 나타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짧은 인사말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