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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다 Sep 17. 2021

N가지의 시




깊은 우주를 담은 밤하늘이 두렵지 않게 된 날, 하루도 빠짐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습니다.

밤하늘에서 놀고 있을 별들이 좀 더 빛날 수 있게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의 빛들을 모두 꺼둔 상태입니다.




급작스럽게 어두워진 이곳을 알아챈 별 하나가 가장 먼저 나와 시선을 맞추어 옵니다.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거리이지만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언제나 비슷한 시각, 매일 이곳에서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눈 맞추기를 좋아하는 별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언제인가 떨어질 줄 모를 자신이지만, 구름에 가려져 앞을 볼 수 없을지라도, 빛나고 있는 순간은 덧없지 않다고 말합니다.




연약한 빛조차 끝내는 사그라들고 떨어질 운명으로 배신당하게 된 들, 그저 빛내고 있는 순간들을 멈추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태양 앞에 압사당하는 낮 조차에도, 그저 빛냄을 이어갑니다.




그런 별은, 죽음 앞에 누구나 연약한 이들이지만 삶을 이어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그들과 닮아 있습니다.

충분히 연약함을 알고 있지만 오래도록 맞추어온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순간을 소중히 이어가는 이들과 닮아 있습니다.




그들도, 별들도, 마지막에는 가슴에 새겨지고 기억될 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토록 행복하게 빛을 뿜어내기를 오래도록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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