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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없다
없을 거라 믿었었는데
한창 드라마 '도깨비'에 빠져 살다 보니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
수호신처럼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스쳤을 수도 있었겠구나
흐뭇한 생각에 잠기다, 어느 한 장면.
전생에 죄를 지은 거짓말쟁이 한 남자와 허영심 많은 한 여자
서로를 일부러 이어주면서
그 둘이 놓친 여자와 남자의 수호신이라고 말한다
좋지 않은 인연을 피해 갈 수 있게 도와주고는
종종 인간들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가져다준다고.
떠오르는 수많은 만약들
그때
문자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전화를 받았더라면
화내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했던 일들이
실은 그 사람과 헤어지게 만든
신의 배려였지 않았을까
그래 어쩜 다행이었다.
그때의 인연에 끝까지 엮여 있었다면
끊어 내지 못한 정에 질질 끌려갔더라면
나는 아마 훨씬 불행했을 거야
후회로 가득 차며 눈물 흘렸을 거야
그런 사람과 헤어진건 잘한 일이야
고마워 그때 모질게 헤어져 줘서
문득, 떠오르는 오늘.
신이 있는 것처럼 살든지
아님 없는 것처럼 살든지
일단은 있다 생각하고 살아보는 걸로
마법 같은 순간. 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