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CHRYSLER)
최고의 품질로 인정 받아온 전자기기 제조 업체 A사. 하지만 최근 경쟁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턱밑까지 쫓아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시장 점유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고요. 이대로는 안되겠단 생각에 가격이라도 낮춰보려 하는데요. 그러려면 공급사를 압박해서 원가를 절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니 품질이 떨어질까 걱정됩니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마크로 이안시티(Macro Iansiti)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 점차 중요한 글로벌 경쟁력이 될 거라고 강조합니다. 상생을 통해 기업은 자신이 속한 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그 생태계의 역량을 통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잘나가는 기업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죠. 이들은 자신들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때 혼자 골머리를 앓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자사에 원자재, 부품 등을 납품하는 공급사와 손을 잡고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서죠. 그리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 윈윈을 이끌어내는데요.
우리 회사 문제에 공급사가 내 일처럼 나서주겠냐고요? 문제를 공유하는 것만큼 문제해결의 성과도 함께 공유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공급사의 참여로 이룬 성과를 돈으로 계산해서 나눠주면, 공급사의 주도적인 참여를 끌어 낼 수 있죠.
이미 예전부터 이 방법으로 큰 성과를 낸 회사가 있는데요. 바로 자동차 제조업체 크라이슬러입니다. 80년대 크라이슬러는 부품 공급사를 선정할 때, 공개입찰을 해서 낮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들과 단기로 계약을 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재계약을 할 때마다, 가격압박을 받은 공급사의 부품 품질이 자꾸 떨어졌죠. 품질은 유지하면서 단가를 낮추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크라이슬러는 1989년 SCORE(Supplier Cos Reduction Effort)라는 공급사 제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체 생산공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겠다고 한 거죠.
이를 위해, 먼저 크라이슬러는 공급사들에게 ‘성과 공유’를 약속했습니다. 제안성과가 좋은 기업에게는 절감비용의 50%를 돈으로 보상해주거나 또는 그만큼 납품물량을 늘려주겠다고요. 그리고 공급사들의 제안을 빠르게 접수하고, 평가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크라이슬러에 SCORE 총괄 담당자를 두고, 각 공급사들에도 책임자를 둬서, 일단 제안이 선정만 된다면 쭉쭉 실행될 수 있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실행단계에서는 크라이슬러의 기술자를 공급사에 파견하는 등 기술협력까지도 주저하지 않았는데요.
크라이슬러는 SCORE 시행 5년만에 약 5300개의 혁신 아이디어로 17억 달러를 절감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게다가 신차 개발비용은 절반으로 줄고, 개발기간은 평균 5년에서 약 3년으로 단축하는 쾌거를 거두며, 90년대에 경쟁에서 포드와 GM을 따돌려 버렸죠.
혹시 여러분의 기업에서도 내부에서만 끙끙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있으신가요? 크라이슬러처럼 공급사, 외부 이해관계자로 눈을 돌려보세요. 상상하지 못한 해결 방법과 시너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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