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차장: (발표를 마치고) 이번 분기엔 싱글족 타깃으로 상품 구성할 생각입니다.
최 이사: 유 차장. 애는 썼는데, 싱글족이 정확히 뭔지 확실히 정의를 하고 가야지? 구체적인 진행 일정도 좀 부족한데? 자네는 당분간 중간중간 현황 보고 좀 해 달라구.
유 차장: 네, 알겠습니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한 거 같은데 왜 나한테만 저래? 중간 보고는 또 뭐야. 내가 못미덥나?)
갈등은 사소한 데서 출발하죠. 한 두 번 상사의 지적이 이어지면, 구성원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한테 왜 또 그러지? 내가 못미덥나? 이게 모여 ‘날 차별하나?’라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바로, 심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귀인 오류 이론’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부정적 행동에 대해서는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처럼 외부 상황 탓을 하는 반면, 타인의 부정적 행동에 대해서는 '원래 저런 사람이야.'처럼 그 사람 자체에 화살을 돌린다고 합니다. 상사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상사가 날 미워해서 일부러 그런다거나 사람이 그릇이 작아서 날 차별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최 이사: 수정 기획안도 마지막 한 끗이 아쉬운데? 내일까지 이 부분을 더 구체화시켜서 다시 보고해줘요.
유 차장: ...네 (거봐, 또 저러네. 날 미워하는 거라니까?)
최 이사: 그래도 방향성은 참신했어.
유 차장: 감사합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괜히 일 시켜놓고 미안하니까 한 마디 덧붙이긴)
일단 의심을 시작한 구성원은 이제 상사가 하는 부정적인 행동만 눈과 귀가 쏠리는데요. 상사가 가끔 지적하는 말을 하면, 기억에 오래 남기는 반면, 간혹 상사가 좋은 피드백을 해 줄 때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금세 잊어버리고 말죠. 심할 경우 기억을 왜곡하기까지 하는데요. 실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순히 추정했던 것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관찰했다고, 또 진짜 일어났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유 차장: 아, 이번 기획서도 망했네. 나름 한다고 하는데, 나한테만 맨날 지적질이야. 최 이사한테 미운털이 박혀버렸는데, 힘없는 내가 뭘 어쩌겠어? 나도 모르겠다 이제! 될 대로 돼라.
이런 사고방식이 길어지게 되면, 구성원은 어차피 뭘 해도 상사가 자기를 미워한다는 생각에 무기력에 빠지며 성과도 나빠집니다. 더 잘해보려 하기보다는, 회사를 관두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고요.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릅니다. 부정적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극복할 기회가 와도 시도조차 안 하게 되는 거죠.
왠지 모르게 내 상황 같다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세 가지를 시도해 보셔야 합니다.
스스로 성찰하기 우선, 상사의 단순한 피드백을 혼자 오해한 것은 아닌지, 혹은 나에게도 조금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3자의 시선으로 보기 그래도 납득이 잘 안 간다 싶으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회사 내의 멘토나 선임, 제3자의 객관적인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대일 면담 요청하기 그럼에도 더 확실히 하고 싶다면, 껄끄럽더라도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대화를 시도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상사가 진짜로 내심 차별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다고 해도, 심리적 함정은 위험합니다. 초반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게 바람직한데, 이 함정이 발동되면 그럴 기회마저도 포기하게 되는 거니까요. 무기력을 일으키는 심리적 덫에 발목이 잡힐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상황을 바꿔 진정한 능력을 보여줄 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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