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제품인 기저귀의 생산량과 관련된 보고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발표 화면에 보이는 그래프에서 다소 이상한 패턴이 발견됐다. 실제 마트나 편의점에서 팔리는 기저귀 수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제조업체인 P&G에 들어온 주문량은 이상하게 변화의 폭이 큰 것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P&G가 3M과 같은 원료회사에 기저귀 재료를 주문할 때는 그 변동 폭이 더 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P&G의 상황처럼 완제품인 기저귀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아주 조금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원료 공급사인 공급망 윗 단계로 올라갈수록 그 주문량이 크게 부풀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긴 채찍을 사용하면 손잡이 부분에서 작은 힘이 가해져도 끝부분에서는 큰 힘이 생기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채찍 효과가 생기면, 유통 과정 전체에 아래와 같은 연쇄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실수요보다 많은 주문 → 운송, 제조 지연 → 생산계획 차질 → 고객 배송 지연 → 필요 이상의 재고
공급망 각 단계의 주문 담당자들은 매번 그 직전의 수량보다 약간 더 많이 주문합니다. 추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예컨대, A마트에서 이번 달에 500개의 치약이 팔리면 다음 달에는 600개 정도를 주문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면 제조사도 마트의 수요가 추가로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치약의 재료를 700개 정도 분량에 맞춰 주문을 하게 됩니다. 결국, 소비자 수요는 500개에 불과했지만 공급망의 최상위 단계인 원료공급사는 훨씬 많은 주문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인한 채찍효과는, 현재 다양한 수요 예측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공급망 전체에 걸쳐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서 가장 정확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죠.
한 트럭에 100상자의 치약을 실을 수 있는데, 10상자만 주문을 한다면 배송비를 지불해야 하는 마트의 입장에서는 낭비입니다. 따라서 특별히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100상자가 필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하게 되는데요. 언뜻 보면 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제조사입니다. 마트가 100상자를 채워 주문하기 전까지 제조사에는 아무런 주문이 들어오지 않게 되므로 제대로 된 생산 계획을 세우기가 힘이 듭니다. 만약 여러 마트로부터 한꺼번에 주문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수 천 상자를 한번에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배치 주문으로 인한 채찍효과는 배송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마트들을 묶어 그룹화해 필요한 양을 그때그때 주문하도록 하고, 동일 그룹 내 있는 마트들의 주문된 치약을 합쳐 100상자가 되면 그때 제품을 출하하는 것입니다. 각 마트는 배송 받은 수량 만큼만 배송비를 부담하면 되니, 제조사에 갑자기 주문이 몰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치약 가격이 1000원에서 800원으로 내려가면 고객들은 사재기를 합니다. 그 후,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더 오르면 한동안 치약을 사지 않고 미루게 됩니다. 수요가 갑작스레 올랐다가, 뚝 떨어져버리는 거죠. 이러한 현상은 제조사와 원료공급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매출액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할인정책, 정기세일 등은 잘못 시행하면 채찍 효과를 유발하여 오히려 기업의 이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할인 행사를 해야 한다면, 주문은 미리 받아두되 공급은 일정 기간에 나누어 시행하는 것이 채찍효과를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할당 게임이란, 제품을 공급받기 어려울 때 발생합니다. 지금 필요한 치약이 500개라면, ‘1000개쯤 주문하면 500개는 제때 받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여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주문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 필요한 만큼 제품을 받게 되면, 나머지 주문을 취소해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이러면 주문을 받은 공급사는 재고를 떠안을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할당게임은 조기 예약 주문 제도를 통해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리 예약주문을 하게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배송을 해 준다면 제때 제품을 받지 못할 까봐 많은 양을 주문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또한, 반품에 제한을 둠으로써 필요한 양만큼만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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